[신년특집②]의대 실습·CPX에 메타버스 활용 계획 등장
상호호환력 증가 긍정적 평가…기술적 한계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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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이미 의대 교육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터라 메타버스 활용도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는 것. 다만 아직까지는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하는 의대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델토이드는 최근 연세의대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실습교육 방안을 제안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 안에서 실습과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게더타운은 메타버스 화상회의라고 볼 수 있다. 단순 '비대면'에서 나아가 강의실, 실습 공간을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구현하고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공간을 종횡무진하며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
델토이드 김요섭 대표는 "연세의대의 경우 개원가 실습교육으로 한 곳의 기관을 한학기 내내 가야 한다"라며 "실습 기관 자체를 의대생들이 원하는 곳으로 모두 갈 수 없기 때문에 교육 효과와 만족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메타버스 공간에 만들어진 의료기관을 다니면서 의료기관의 환경을 영상으로 시청하거나 개원의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등의 활동으로 경험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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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은 CPX 준비를 위해 환자 역할을 하는 배우를 섭외해 연습한다. 환자 역할의 배우에게 문진을 통해 질환을 감별하고 신체진찰, 술기 등을 연습한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문진을 통한 질환 감별을 주로 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CPX를 체험해본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진화 교수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됐지만 다소 일방적인 면이 있었다. 메타버스는 확실히 상호작용(interactive)이 원활하다는 느낌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온라인이지만 보다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신체진찰은 할 수 없지만 문진을 통해서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고 의대생 교육뿐만 아니라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요섭 대표는 메타버스 안에서 기술 발전 가능성에 무한 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라며 "사명까지 바꾼 페이스북은 3D로 사람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고 360도 카메라를 통해 홀로그램으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술도 이미 나와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촉감 실현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라며 "특수 장갑을 끼고 화면에서 눈 덩어리를 만지면 차가움을 느낄 수 있고, 불에 가까이 가면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무게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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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메타버스가 현실에 있는 것을 디지털화 시키는 작업이라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뿐만 아닌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중환자실 등 보호자 출입이 제한되는 공간에 360도 카메라를 설치하고 홀로렌즈를 임대해 설치하면 의사뿐만 아니라 보호자까지 환자 옆에 24시간 존재할 수 있게 된다"라며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 "VRAR에서 진일보한 기술 구현 필요"
걸림돌은 아직까지 메타버스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수준에서는 코로나19로 의대 수업 자체가 이미 비대면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강의를 메타버스에서 하면 오히려 더 효율적이라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 한 의대 예과생은 "의대 교육에서 실습을 제외하고 이론 수업만 놓고 보면 굳이 대면수업이 필요하지 않다"라며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됐으니 메타버스 안에서 보다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는 "사실 줌 같은 비대면 대화 플랫폼은 일방적인 소통이다. 접속만 하고 교수님 강의만 들을 수 끝나면 학생들도 함께 그 방에서 나가버린다"라며 "메타버스에서 수업이 이뤄진다면 일방적 강의를 듣는 것에서 나아가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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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세계에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메타버스가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한 임원은 "현재 의대 교육에서 AR과 VR 기능을 활용해 해부학 실습도 할 수 있다"라며 "메타버스라고 하면 AR와 VR 기능에다 디지털 트윈(현실세계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에 대한 개념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기술의 진보가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라고 진단했다.
또 "메타버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교육으로 CPX가 그나마 현실적인데 가상 공간 안에서 가상 환자를 만나 진찰을 하려면 오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청각과 시각만 모사가 가능하다"라며 "메타버스와 VR, AR 기술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각과 청각 기술에서 더 나아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른 주요 감각도 메타버스 안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 임원은 "진단에서 후각 정보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라며 "봉와직염, 욕창, 두경부암 등은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다. CPX에 이런 촉각과 후각을 모사할 수 있다면 의대생 교육에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