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갑 학생(가천의대 예과 2학년)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로 의식주를 꼽는다. 추위를 막아줄 옷이 있어야 하고, 살아가기 위한 음식과 잠을 잘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식주 이전에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것은 당연히 건강이다. 건강하지 않아 생기는 괴로움은 의식주가 부족해 받게 되는 괴로움과 버금갈 것이다. 만약, 그 대상이 나라의 미래 기둥이 될 소아청소년이라면 그 나라의 미래가 그리 희망차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소아청소년들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놀랍게도 이런 기본적인 것들도 누리지 못하는 소아청소년의 국적이, 선진 의료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일 수 있다. 바로 소청과의 붕괴 때문이다.
코로나의 장기화와 초저출산 문제, 진료환경 악화 등의 문제로 소청과는 크나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 2020년 154개소의 소청과 의원이 폐업했고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난 6년 사이 5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소청과 지원율은 2017년 113.2%, 2018년 113.6%, 2019년 101.0%로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하지만 2020년도 모집부터 지원자가 줄기 시작해 지원율 78.5%로 감소했으며 2021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는 37.3%, 그리고 2022년도 전공의 모집에는 30%가 뚫려 26.3%를 기록했다. 모집 인원 보다 더 적은 인원이 지원했다는 것은 필요한 수보다 적은 수가 모였음을 뜻하고 이는 멀지 않은 미래의 의료 공백을 의미한다.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더 이상 환자가 살아갈 환경이 안된다는 얘기다. 저출산을 포함한 복합적인 이유들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급감과 소청과의 붕괴를 야기하고 있고 이는 다시 저출산과 진료환경 악화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피해는 소청과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소아청소년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수도권이 아닌 의료취약지에서 한밤중 환아를 받을 수 있는 병의원이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거의 전무할 것이다.
21세기 서울에서는 이럴 일이 적다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들에게는 수도권 역시 의료취약지가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소청과학회에서는 특단의 조치로 소청과 전공의의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키기로 결정했다. 모 교수님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소청과의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수련교육과 맟물린 의료현장의 공백도 걱정된다고 말씀하셨다. 의료현장의 공백 말고도 전공의의 수련 기간이 줄어듬에 따라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
최근 들어 초저출산과 맞물린 소청과 전공의, 전임의 지원률 감소 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과는 달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러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절반 정도의 대답만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대답이었고, 소청과의 붕괴에 대해서는 의대생이 아니라면 거의 모르고 있는듯 했다.
소청과학회나 소청과의사회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야를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좀 더 공론화하고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 글 역시 공론화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다.
의사가 없으면 환자가 살 수 없고,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다.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나라의 존망을 가를 만큼 중요한 문제를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 하에 모두가 노력하여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하면 좋겠다. 건강하고 미래가 희망찬 대한민국을 되찾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