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월부터 리베이트 페널티 조치 방안 의견 수렴
PPI 경쟁 치열 속 처방액도 주춤…제약사 소송전 예고
일양약품의 주요 9개 품목이 2월부터 약가가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에 따른 정부의 제재 조치다.
이 가운데 회사의 간판인 블록버스터 약물 놀텍도 이번 리베이트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되면서 상당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개정안'을 마련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서면심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된 일양약품의 품목을 살펴보면 총 9개 품목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혈압치료제인 '일양텔미사탄정'과 '일양텔미사탄플러스'를 필두로 '뉴트릭스정', 일양디세텔정', '하이트린정', '나이트랄크림'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여기에 회사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국산약인 놀텍정(일라프라졸)이 들어간 것.
지난 2009년 말 국산신약 14호로 발매된 놀텍은 일양약품이 자체개발한 PPI 약물이다.
복지부 계획대로 2월부터 약가인하 된다면 9개 품목은 많게는 20%, 적게는 4% 약가인하 조치가 내려진다. 놀텍정의 경우 4% 약가 인하 대상으로 현재 1131원에서 1088원 조정될 예정이다.
회사 측 입장에서 보면, 9개 품목 중 놀텍의 약가 인하가 가장 뼈아픈 지점. 9개 품목의 매출을 다 합치면 약 5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 중 놀텍이 7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놀텍의 2021년 처방액은 약 376억원으로 일양약품을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2020년 380억원이라는 최고 매출을 기록한 후 성장세는 주춤한 모양새다.
2016년부터 꾸준하게 매출이 상승하다 지난해 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제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응증 추가 실패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 약가 인하로 설상가상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일양약품 측은 이 같은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를 두고 '법적 소송'을 통해 방어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약가 인하 집행 정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최대한 매출 피해를 축소하겠다는 전략.
일양약품 관계자는 "놀텍은 우선 약가 인하 집행 정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PPI만이 가진 임상 우수성과 근거 중심의 마케팅 및 영업 방식을 통해 매출 상승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계 내에서는 이번 정부의 리베이트 약가인하 조치로 인해 처방의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혹은 블록버스터 매출을 기록한 약물의 건강보험 약가가 저렴해지면 환자 부담이 줄어 처방이 늘어날 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PPI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최근 제약사 별로 PPI 시장이 굉장히 치열하다. 이 때문에 약가가 저렴해진다고 해서 일시적으로 처방량이 늘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더구나 최근에는 케이캡(테고프라잔)을 필두로 P-CAB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처방 현장에서 약가 인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히려 리베이트로 인한 약가 인하라는 사실에 의사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