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에스병원 심영기 원장, 리젠테크로 진단기 특허
통증 진단과 치료기 출시 계획 "새 패러다임 열릴 것"
"의사로 사는 30여년 동안 늘 돈키오테라는 별명이 따라다녔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늘 혼자 다녔거든요. 하지만 묵묵히 한 10년 그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후배들과 제자들이 따라오더군요. 고전압 통증 치료도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 10년 걸리겠죠."
20년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맥류 전문의를 표방하며 대한정맥학회를 창립한 정맥류의 대부 연세에스의원 심영기 원장이 이번에는 의료기기 기업을 만들며 또 한번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리젠테크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이미 심영기 원장은 회사 설립과 동시에 고전압 미세전류 통증 진단기기에 대한 특허를 획득하고 제품 상용화를 준비중인 상황이다.
일선 교수들이 기술지주회사 등을 통해 의료기기 기업을 창업하는 사례는 제법 있지만 개원의가, 그것도 전액 자신의 자산을 투자해 의료기기의 개발과 생산까지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사실.
그렇다면 심영기 원장은 왜 이처럼 직접 의료기기 개발과 생산에 나서게 된 것일까.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맘에 드는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사실 많은 의료기기 기업들과 개발을 타진했는데 시제품 등 결과물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 중에는 글로벌 기업들도 있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죠. 다들 같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건 이렇게 밖에 못하는거라고. 원장님이 몰라서 그런다고. 그래서 결심했어요. 내가 만들지 뭐."
다소 파격적인 발언이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사실 이 정도의 결심과 추진력은 그의 행보에서 파격이 아닐 수도 있다. 그의 의사로서의 인생은 늘 파격과 도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하지만 그 후 그가 간 길은 명문의대 성형외과 전문의로서의 삶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당시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던 정맥류 치료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동기들 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들까지 다 뜯어말렸어요. 아니 쌍꺼플만 해도 돈방석에 앉는데 도대체 왜 엉뚱한 길을 가느냐고 했죠. 하지만 저는 정맥류가 분명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고 봤어요. 한 10년 걸렸나. 홀로 묵묵히 가던 길에 동료들, 후배들, 제자들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지금은... 한번 보세요. 외과 흉부외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 됐잖아요."
그렇게 그는 정맥류의 대부가 됐고 그가 설립한 연세SK병원은 정맥류 전문병원으로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정맥류에 대한 학문적 발전을 위해 대한정맥학회를 창립한 것도 그 즈음이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병원이 점점 규모를 키워가며 탄탄대로를 걷던 시점에 불연듯 중국 진출을 선언하고 중국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기관 중 중국 진출 1호로 기록된 사건이며 개원의로서도 최초의 발자국이다.
그렇게 그는 중국 대련과 북경에 각각 SK병원 1, 2호를 키워놓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길은 또 다시 파격적 도전이었다. 이미 그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된 정맥류를 내려놓고 호오타 리젠 요법이라는 전자기 치료요법에 매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리젠테크의 기반이 된 바로 그 기술이다.
"통증이나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세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음전하가 줄어들어 있어요. 세포 밖의 양전하와의 차이를 나타내는 막전위가 떨어지면 세포 기능이 저하되며 통증이 나타나거든요. 암세포를 보면 막전위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이 막전위를 채워주면 통증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호오타 리젠 요법이죠."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도전은 주위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저주파 안마기기나 IMS 등과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5년간 꾸준히 홀로 이 분야를 파기 시작했고 마침내 스스로 의료기기 개발과 상용화까지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이번에 특허를 기술도 여기서 나왔다. 이름은 고전압 미세전류 통증 진단기기. 3000볼트에 달하는 고전압을 통해 통증 부위에 자극을 줘 치료를 진행하는 동시에 전기마찰계수를 통해 통증 유발점을 찾아내는 원리다.
"호아타 리젠 요법을 시행하기 위한 프로브(탐침)을 환부에 갖다 대면 방전된 세포에서 전기에너지를 잡아 끌며 고사 상태에서 회복하려는 전인현상, 또는 통전현상이 나타나요. 같은 원리로 정상 세포와 통증을 유발하는 세포간에 전기마찰계수에 차이가 나타나는거죠. 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이번에 특허를 받은 부분이에요. 통증 유발점을 찾게된거죠."
실제로 현재 통증의 경우 통증지수 등을 통해 그 강도를 주관적 평가에 맡기고 있다. 1점부터 10점까지의 지표를 통해 환자가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지를 스스로 말하는 방식.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방식을 활용하면 정확한 수치를 통해 통증 유발점을 찾는 것은 물론 통증의 강도 등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이 심영기 원장의 설명이다.
더욱이 같은 기기로 전기자극치료, 즉 호아타 리젠 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증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심영기 원장의 주장. 이에 따라 그는 체외충격파 기기와 호아타 리젠 요법을 시행하는 프로브, 나아가 이번에 개발한 진단기를 한 곳에 넣는 토탈 솔루션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리젠테크를 통해 이미 프로토 타입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상황. 이를 통해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로 나아가 내년 정도에는 신의료기술까지 내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치료의 기본이 바로 화학 약물이었어요. 모든 치료에서 약물이 활용됐고 이 약물의 발전이 곧 의학의 발전을 의미했죠. 저는 이번에 개발한 기기와 호아타 리젠 요법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물론 새로운 접근법이기 때문에 넘어야할 산은 많겠죠. 하지만 정맥류가 그랬고 중국 진출이 그랬듯 제가 실마리를 제공하면 후배들, 제자들이 또 다시 프로토콜들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어요. 그것이 바로 제가 리젠테크를 만든 이유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