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감사 및 법안 발의로 수면 떠올랐던 논란 지지부진
보건복지부 등 이제서야 현황 파악 돌입…내부 반성론도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병폐로 지적되는 간납사 문제가 결국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이래 법안 발의까지 이어지며 탄력이 붙는 듯 했지만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불씨가 꺼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2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혁 방안으로 꼽히던 간납사 개편 방안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인 A사 임원은 "보건복지부가 2월 말을 목표로 간납사 현황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이미 대선이 코 앞에 온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의료기기 간납사 문제 개편은 산업계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그만큼 국정감사에서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던 사건.
특히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기관과 간납사간 특수 관계는 물론 대금 지연 문제 등을 세부적으로 지적하며 사회적 논란으로 번져 나갔다.
당시 고 의원은 전국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중 38.6%가 가족 등 특수 관계인이 운영하는 간납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고 폭로하며 이같은 위치를 악용해 대금을 최대 2년씩 지연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간납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이 연이어 간납사를 직접 겨냥한 법안을 발의하며 간납사 문제 해결에 탄력이 붙었던 것도 사실.
간납사 등 의료기기 불공정 거래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복지부에게 3년마다 이같은 행위들을 전면 조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서 의원이 발의한 의료기기법 개정안의 골자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복지부 권덕철 장관도 법안 개정을 포함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공언하며 간납사 문제가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달여 만에 이러한 일들이 폭풍처럼 몰아치던 분위기에 반해 이후 상황들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며 결국 해를 넘겼다는 점에서 결국 간납사 문제는 또 다시 다음 정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임원인 B사 대표는 "몰아쳐야 할 시점에 협회 내부에서의 잡음 등이 생기면서 생각만큼 진도를 나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말 그대로 물이 들어왔을때 제대로 노를 젓지 못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문제는 간납사 철폐 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는데 그 해법이나 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는 너무나 의견들이 분분하다는 것"이라며 "어디가 아프냐고 묻는데 서로 나서서 팔이다 다리다 머리다 하면 수술 들어온 의사도 당황스럽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굉장히 좋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살리지 못했다는 산업계 내부 반성론도 나오고 있는 셈.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정부가 대선 등을 의식해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국감 이후 복지부는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료기기안전인증원 등이 서둘러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것은 물론 실무협의체 구성에 나서는 등의 적극성을 보였지만 이후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A사 임원은 "사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것은 이해는 한다"며 "말 그대로 장관부터 차관 등 고위직 전체가 물갈이가 될텐데 누가 책임지고 일을 해결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다만 문제를 지적한 의원이던 해결을 약속한 복지부던 최소한 다음 정권이 오더라도 사안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 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애써 살린 불씨가 꺼진 것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등은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단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기 기업들의 의견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지만 간납사는 의료기기 유통 구조에 상당히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최소한 간납사를 포함해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세세한 현황 파악이 된 후에야 해법을 찾아갈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에 대한 현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있으며 산업계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