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디지털 활용 다변화 흐름…임상까지 적용
디지털 치료제 및 솔루션 가이드라인 필요성 대두
코로나 대유행이 가져온 비대면과 디지털이라는 화두가 의료 영역에서 이제는 제약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만성질환과 약물 관리부터 식습관과 체중 관리 등 건강 영역까지 디지털 바람이 불어오며 각 제약사들도 서둘러 이에 대한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것.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제약사들이 디지털치료제라는 큰 카테고리 아래 기존 치료제의 복약 순응도를 끌어올리거나 환자 관리 및 솔루션 제공 등의 목표로 디지털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사 디지털 접목 임상 측정부터 환자 약물투여 조언까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디지털치료제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치료 약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수단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인 치료와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많은 기업들이 중독과 ADHD, 우울증, 치매, 당뇨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
현 단계에서 다국적제약사들의 국내 디지털 기술 활용 방식은 치료제보다는 디지털헬스의 접목에 조금 더 가깝다.
먼저 애브비 연구팀은 연구기획 단계에서 디지털 전략을 고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디지털 기술 활용의 폭을 넓히고 있다.
가령 임상 중 웨어러블기기를 활용해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 수면의 질과 가려움증을 측정하거나 중증 파킨슨병 환자의 팔과 다리에 센서를 착용해 보행과 수면 상태 등 환자의 파킨슨 운동 증상을 지속적이고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의 활용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24시간 동안 정해진 복용량으로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해 임상 목표를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와닿는 방법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케다와 머크는 각각 마이피케이핏(myPKFiT)과 그로우링크(GROWLINK)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환자 투약을 돕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다케다의 마이피케이핏은 의료전문가용과 환자용으로 구분되는데 앱을 통해 의료전문가는 혈우병A 치료제인 애드베이트와 애디노베이트 투여 시 환자가 가진 고유의 반감기(Half-life)를 확인해 예방요법 용량이나 요량 등을 시뮬레이션 하게 된다.
한국다케다제약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앞당긴 기폭제이지만 이전에도 IT 기술을 접목해 치료 순응도를 향상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디지털 의료기기를 통해 질환의 치료, 관리 뿐 아니라 진단, 예방에 이르는 생애 전 주기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영역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머크의 그로우링크는 지난 2021년 출시된 앱으로 성장호르몬 치료제인 싸이젠을 투여 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디바이스인 이지포드(EASYPOD)와 연계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앱을 통해 치료제 투약 시간을 놓치지 않거나 환자의 성장 진행상황 등을 의료진이 모니터링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게 머크의 설명이다.
다케다와 머크의 사례를 봤을 때 제약사들이 환자가 직접 투여하는 자가투여주사제가 환자의 상황에 따라 복약 순응도의 변수가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관리해 예후를 향상시키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
머크 관계자는 "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고 코로나로 대면이 제한된 상황에서 환자교육의 대안으로 디지털 솔루션이 활용되고 있다"며 "전자식 디바이스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 다양한 접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비대면이 환자와 의료진에게 편의를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매일 모니터링이 필요한 치료제의 경우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이 많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더 많은 사용자 데이터가 축적되면, 치료의 결과나 방향에도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디지털 솔루션 시장 활로 찾기…정부 규제는 과제
치료제와 디지털 접목이 환자 예후를 높이기 위한 접근 있다면 많은 치료제 중 차별점을 부여하겠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이하 사노피)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당뇨병 처방 시장이 치열해진 만큼 '디지털 치료제(솔루션)' 도입으로 약물을 넘어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환자중심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사노피 배경은 대표는 "이미 다수의 좋은 제품이 (당뇨병 치료제)시장에 포진한 상태로, 약물 자체 개발에는 일부 한계가 있다"며 "약물을 넘어 환자 중심의 솔루션을 통해 궁극적으로 치료 결과를 높이는 부분, 즉 치료-디바이스-결과의 유기적 연결이 가능한 환자 중심의 디지털 시스템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주목받는 디지털 치료제를 두고 국내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받은 사례는 아직 전무한 실정.
디지털 치료제 혹은 솔루션이 위기개입 서비스나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맞물려 있어 장기적으로 환자 관리를 넘어서 정부의 진단 솔루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20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건강관리앱 품질 가이드라인 개발연구'를 통해 앱 관리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진흥원은 보고서를 통해 "건강관리앱은 디바이스 기술 및 서비스와 융합해 발전하는 만큼 앱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 기술적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며 "앱의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사용자의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품질기준이 설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사노피 배 대표는 "사실 전통적인 치료제(약물)는 개발과 임상, 허가를 받는 절차가 확립돼 있지만 디지털 솔루션 쪽은 그렇지 않다"며 "결과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데이터 관리는 누가할 것인지, 서버는 어디에 둘 것인지,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마련된 기준이 없다 보니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디지털 솔루션 분야가 국내에도 잘 정착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디지털치료제 인허가 전담부서 신설
규제기관도 이에 대응해 활발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FDA 일반 보건 정책에 따라 이러한 디지털 헬스 앱 중 다수는 의료 기기가 아닌 저위험 일반 건강 제품으로 간주되며 검토(review)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
반면, 모바일 의료 애플리케이션(MMA, Mobile Medical Applications) 또는 의료 기기로서의 소프트웨어(SaMD, software asa medical device)는 일반적으로 의료기기로 판매되기 전에 시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치료제 인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 임상이 가속화되자 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치료제 개발 기업들과 학술연구를 전담하는 학회까지 창립한 상황에서 전담 부서를 신설, 특성에 맞는 인허가 체계를 구성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의무기록 등 데이터 이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경우 식약처 승인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장소 구비 개념 제외 등 시설 및 품질관리 기준 개선을 골자로 한 기준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