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24명에게 법인 이름 대여…의사도 한 명 포함
입회비 3000만원‧월 200만원 받아…급여비만도 약 91억원 달해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수년에 걸쳐 전국구로 문어발식 사무장병원을 차린 목사의 최후는 징역형이었다. 그 기간은 3년.
법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람만도 24명이고, 개설 의원 숫자도 20개에 달한다. 법인의 명의를 빌린 사람의 직업도 단순 회사원부터 임상병리사, 부동산중개업자, 인테리어 업자 등 다양했다.
A선교협회 이사장이자 목사인 K씨는 의료인이 아닌 무자격자에게 협회 입회비 3000만원과 법인 이름 대여값으로 매월 200만원을 받았다. 일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 받는 요양급여비의 1%도 받기로 했다.
20개의 의료기관은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도, 전라남도 목포, 전라북도 군산, 충청남도 논산 등 전국구에 '의원급'으로 설립했다. 20곳 중 4곳은 치과의원이었다.
선교협회의 이름을 빌린 무자격자들은 의사 및 직원을 고용해 의원을 운영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7년 가까이 경영했다. 건강보험공단에게 타간 급여비만도 최소 605만원에서 최대 13억8294만원이며 20개 의원 모두 더하면 약 91억원에 달한다.
이 사건에 얽힌 불법 사무장 중에는 '의사'도 한 명 있었다. 의사 K씨는 강원도 동해시에서 8000만원을 투자해 부동산중개업자와 선교협회 이름을 빌려 의원을 개설했다. 약 2년 동안 2억8300여만원의 급여비를 타갔다.
의사 K씨는 의원 개설에 자금 투자만 했을 뿐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의사 K씨를 의원 개설을 위한 공동투자자 중 하나이며 수익을 나눴으며 의원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봤다. 의사 K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단을 받았다.
법원은 사무장병원을 양산한 K이사장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하고 그에게 선교협회 이름을 빌린 불법 사무장들에 대해서도 징역형을 내렸다. 선교협회에는 벌금 2000만원형을 선고했다. K이사장과 불법 사무장에게 적용된 죄목은 사기와 의료법위반.
법원은 "K이사장은 비의료인에게 선교협회 명의를 빌려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 역할을 했고 그 대가로 의료기관 운영자에게 입회비 및 협회 등의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협회비 등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정황은 찾을 수 없고 ▲부양해야 할 배우자와 장애를 가진 어린 아들이 있다는 점을 유리한 점으로 반영했다.
실제 K이사장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부정 수익 중 상당 부분을 반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갖고 있던 부동산에 대한 경매도 진행하고, 사무장병원 운영 과정의 전모를 알 수 있는 '자진신고 수사의뢰서' 등의 서류도 스스로 제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무장의원 양산 중심에 있는 K이사장은 선교협회 이름을 정확히 누구에게 빌려주는지, 상대방의 내부 관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60대 초중반 왕성하게 사무장의원을 양산했던 K이사장은 2022년 현재 70대 초반이다.
법원은 "비의료인이 선교협회 이름을 빌려 의원을 개설한 후 자격 있는 의사를 고용했고,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자료는 없지만 불법 사무장의 형을 가중하지 않는 사유에 불과할 뿐 형을 감경할 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