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 내국인 진료 사실상 현실화
의료계 "지자체 영리병원 도입 기조…필수의료 붕괴 우려"
영리병원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도입하려는 지자체 정책방향이 필수의료체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지난 5일 내렸다.
앞서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지난 2017년 8월 제주 서귀포시에 녹지병원을 설립했다.
다만 제주도는 영리병원 운영을 제한하려는 취지에서, 2018년 12월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의료 관광객 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라는 조건부 허가를 내렸다.
하지만 녹지병원 측은 제주도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내국인의 진료를 금지하는 것은 의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영리법원 운영의 초석이 마련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과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의 정책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기관의 목적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 우리나라 의료법 33조에서도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의료에 공공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고 영리행위로 개방될 경우 환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 같은 판결이 기존의 의료법을 뒤집고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보다 오로지 영리추구 만을 위해 운영될 수 있다는 것. 영리병원의 도입은 대형 자본 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의료는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영리병원의 도입으로 우리나라 의료제도와 시스템 전반이 이윤 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치명적 위해를 끼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는 소위 돈이 안 되는 필수의료과목을 퇴출시킬 것이고,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영리병원의 횡포에 밀려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규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 중소 의료기관 폐업을 부추길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
의협은 지금은 감염병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찾아올 의료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의협은 "정부와 지자체에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검토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향후 의료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논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건강한 모델을 같이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