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법 드라이브 정권 및 이사장 교체에 내부 분위기도 시들
"가능성 많이 떨어졌다…21대 국회 안 끝난 게 유일한 희망"
문재인 정권 내내 건강보험공단이 강하게 추진했던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도입. 김용익 이사장 체제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대외적 환경 변화로 좀처럼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2일 의료계 및 국회에 따르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잠들어 있다.
건보공단에 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폐기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의 대표발의로 다시 등장했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의료기관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대국회, 대국민을 위한 홍보자료를 연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2월 불법개설기관 행정조사 사례집을 발간한데 이어 2일에는 불법개설기관 사례 24건을 담은 폐해 사례집을 발표했다.
특히 김용익 전임 이사장은 특사경제 도입을 강하게 추진했는데, 임기가 이례적으로 1년 연장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렸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은 이렇게 중요한 범죄행위에 대해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고 있나"라며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지난해 12월에는 법사위 소위 심의 안건으로까지 상정됐지만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계류하고 있는 상태다.
그 사이 대외적인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정권이 바뀌었고, 제도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던 이사장도 교체됐다. 강도태 신임 이사장도 특사경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강 이사장은 연초 전문지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사무장병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면서도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하고 설명해 나갈 것"이라며 '소통'에 방점을 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처벌 강화 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으로 사무장병원 등이 개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건보공단 내부 분위기도 시들한 모습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사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돼 있기는 하지만 바뀐 정권에서 사무장병원이라는 단어는 쉽게 꺼낼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른 산적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을 제외한 이해 당사자들이 꾸준히 반대하고 있는 부분도 법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의료계를 비롯해 경찰청, 나아가 법조계까지 건보공단에 특사경권을 부여하는 데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의사단체는 불법 사무장병원 척결에 대해서는 건보공단과 같은 입장이지만 '자정' 및 '처벌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최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자율정화위원회 추진 ▲의료생협 설립요건 강화, 사무장병원으로 적발 시 개설허가 취소 ▲사무장병원 형사처벌 강화 ▲내부고발자에 대한 실질적 면책제도 등을 제시했다.
건보공단에 특사경권한 부여 문제는 정치적 논리에 의한 것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병원협회 한 임원은 "동력은 김용익 이사장 때보다 확실히 떨어진 것 같다"라며 "아직 21대 국회가 2년은 남았기 때문에 특사경 제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간호법 등 다른 현안이 많기 때문에 가능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특사경 권한은 복지부가 이미 갖고 있다. 특사경이 필요하다면 건보공단을 지원하면 되는 문제"라며 "특사경 권한을 가져야 건보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건보공단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