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고위험 환자군 혈압 목표치 대폭 하향 조치
진단 기준 이전 지침 고수…"약물치료 효과기준"
고혈압 진료 지침이 2018년 이후 4년 만에 변화한다. 고혈압 기준은 기존과 동일한 지침을 적용하며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한 모습.
다만,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치료의 목표혈압을 세분화 하면서 더 강화된 목표 혈압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대한고혈압학회는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 학술대회를 통해 2022년 고혈압 진료 지침 개정판을 공개했다. 이번 지침은 2018년이 발표된 지 4년만으로 최근 발표된 임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고혈압 진료지침을 수정 및 보완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신규 진료지침에서 더 강화된 목표혈압을 제시했다는 점.
합병증이 없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에서 중저위험도과 고위험도를 구분하고 기존에 일부 항목에서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이 각각 130mmHg 이하, 80mmHg 이하로 명시됐던 부분이 모두 미만으로 바뀌었다.
개정 지침은 심혈관 질환 및 고위험 환자에서 목표 수축기 혈압을 130mmHg까지 낮추도록 권고했다. 목표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적극 치료할 때 심혈관 사건 예방에서 혜택이 있다는 연구를 반영했다.
무증상 장기 손상, 심뇌혈관 위험인자가 다발성(3개 이상 또는 당뇨병이 동반됐을 경우 2개 이상)인 경우에는 목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춰야 하고 심혈관질환, 단백뇨가 동반된 만성콩팥병 및 열공성뇌경색이 합병된 고혈압 역시 목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목표 혈압은 140/90mmHg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심혈관질환, 단백뇨가 동반된 만성콩팥병 및 열공성뇌경색이 합병된 고혈압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목표 혈압을 130/80mmHg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뇌졸중과 당뇨병이나 단백뇨 동반이 안 된 만성콩팥병의 경우는 고혈압 합병증으로 고위험 요인은 맞으나 임상 근거 부족으로 목표 혈압을 기존처럼 <140/90 mmHg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뇨병의 경우 2018년 진료지침에서는 심혈관 질환 동반 여부에 따라서 목표 혈압을 130/80mmHg 또는 140/85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제시했는데 이번 진료 지침에서는 임상적 심뇌혈관 질환이 없더라도 무증상장기손상 및 심뇌혈관 위험인자 1개 이상 동반된 당뇨병의 경우 고위험 당뇨병으로 정의하고 목표 혈압을 130/80mmHg으로 낮추었다.
다만, 2017년 미국이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로 강화한 이후 이번 진료지침에 국내기준 역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고위험군에 한해 130/80mmHg로 상향된 고혈압 기준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일반 기준은 과거 지침을 준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혈압기준을 맞추자는 논의가 내부적으로 있었지만 의료자원의 활용과 효율성 문제를 고려해 기존 기준을 유지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의미.
고혈압학회 신진호 학술이사(한양대병원)는 "혈압이 높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치료하면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는가는 다른 질문"이라며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정도 올라가야 약물치료에서 효과가 있지만 130mmHg 대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이사는 "미국의 경우 나라가 크고 보건학적인 관점에서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약을 미리 관리해보다는 의미가 강하다"며 "약물치료 보다는 고혈압이라고 진단함으로서 생활요법 등을 통한 관리를 하는 접근법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아직 130/80mmHg의 기준은 학회의 입장에서 약물치료의 과학적인 효과에 대해서 물음표의 영역이 남아있고 생활습관교정 등은 미국을 따라갈 수 없는 만큼 좀 더 고민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이날 진료지침 발표를 맡은 원광의대 이은미 교수는 "미국의 고혈압 기준은 이미 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위험 인자가 10% 이상 사람의 고혈압의 개념"이라며 "국내의 고혈압 기준은 약물치료의 효과가 검증된 숫자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같은 고혈압이라는 용어더라도 개념은 다르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