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금천 종합병원 기공식…강남성심·중대 광명병원과 경쟁 불가피
병의원들 긴장 고조 "의료전달체계 절실…대학 간판과 자본에 대책 없다"
서울 서남권 의료 생태계가 대학병원 분원 경쟁에 이어 대형 건설사의 종합병원 건립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정책이 실종된 상황에서 대형병원 무한경쟁 틈에 놓인 중소 의료기관들의 생존 전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천구와 부영그룹 우정의료재단은 지난 4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우정금천종합병원 기공식을 가졌다.
메디칼타임즈 현장 취재결과, 금천구청 맞은편과 금천역 옆에 위치한 우정금천종합병원은 2026년 완공과 개원을 목표로 현재 토양 정화작업 등 기초 공사에 들어간 상태이다.
우정금천종합병원은 지하 5층, 지상 16층의 810병상 규모로 총사업비 6000억원을 투입해 건립될 예정이다.
우정의료재단 측은 사회적 공헌 가치를 토대로 심혈관센터와 소화기센터, 여성센터 그리고 응급환자 헬기 이송 치료를 위한 옥상 헬리포트 등 지역주민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금천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평가받는 종합병원 건립이 현실화된 셈이다.
■부영그룹 종합병원 2026년 개원…서울아산·서울삼성 이어 재벌병원 탄생 '신호탄'
대형 건설회사인 부영그룹의 종합병원 건립은 1980년대 후반 현대그룹 서울아산병원과 삼성그룹 삼성서울병원 등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상위 병원으로 성장한 재벌병원의 또 다른 탄생의 신호탄이라는 시각이다.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지자체의 과도한 병원 건립이다.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통해 제한하고 있으나, 종합병원은 지자체 권한으로 건립이 가능하다.
금천구청 공무원은 “우정금천종합병원은 오랜 기간을 거쳐 지난해 건축 허가를 받아 올해 기공식을 했다. 토양오염 관련 정화작업 중으로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고 “종합병원 건립은 지자체 권한으로 인근 대학병원 상황은 잘 알지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조차 대학병원 분원 억제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 종합병원 설립은 규제와 통제의 사각지대이다.
■지자체 권한 종합병원 규제 사각지대…금천구의사회 "환자 경쟁 우려, 상생 기대"
금천구의사회 김덕환 회장은 "이미 기공식이 끝난 상태에서 종합병원 건립을 막을 방안은 없다. 의원급과 병원급 역할 분리를 위한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금천지역 개원가에서 환자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우정금천종합병원이 중증환자를 진료하고, 경증환자를 의원급으로 내려 보내는 지역 의료계와 상생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 발 더 들어가 서울 서남권 인근 병원계를 살펴보면 점입가경이다.
금천구 우정금천종합병원 부지에서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과 올해 개원한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중앙대 광명병원 모두 6km 이내이다.
이들 3개 종합병원 상이한 지역구이나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지척이다.
■강남성심병원·중앙대 광명병원과 6km 이내 위치…중소병원 "경영 악화 심화, 피해는 환자"
인접한 지역에서 대학병원 2곳과 건설사 종합병원 1곳이 환자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이는 촌극을 벌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분원 형태인 이들 대학병원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경쟁 병원 등장이 불편한 게 현실이다.
해당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해진 환자 군을 놓고 지근거리 3개 대형병원이 경쟁하는 모습이 어떻게 될지 우려된다"면서 "지자체에서 종합병원 설립 허가 시 병원 간 최소한의 간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개원 경쟁을 바라보는 중소병원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서울 서남권과 강서권 터줏대감인 영등포병원과 홍익병원,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등 민간 종합병원의 각자도생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해당지역 병원장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복지부 사업에 무조건 참여해 한 푼이라도 높은 수가를 받기 위해 보건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며 "질 높은 병원이 되기 위한 노력이 대학병원 개원과 재벌병원 건립 소식에 허사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소병원협회 임원은 "대학병원 분원에 이어 재벌병원까지 종합병원 건립에 나서는 상황에서 지역 중소병원 살 길은 막막하다"면서 "간판과 자본을 앞세운 의료인력 채용과 환자 경쟁에서 중소병원 악화는 심화될 것이고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