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협상 생략하고 '예상 청구액' 평가로 등재 일사천리
처방현장 "저렴한 약가로 병‧의원 공략하기 힘들다" 평가
대웅제약이 개발한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차단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펙수프라잔)'이 약가를 확정하고 마침내 급여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이 제시한 약가를 대웅제약이 받아들인 것. 당초 정부가 대체 약제 대비 90%대의 약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과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린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개최한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대웅제약 팩수클루정 40mg을 포함한 펙수프라잔 성분 품목 총 4개 품목을 최종 통과시켰다.
당초 약평위는 해당 4개 품목을 두고서 책정한 평가금액을 제약사가 받아들인다면 급여 적정성이 있다는 '조건부' 단서를 달았던 상황.
이후 한 달만에 대웅제약이 약평위가 책정한 약가를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정하면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약평위가 제시한 펙수클루정의 평가금액은 대체약제 대비 가중평균가 90%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제시된 대체약제는 '케이캡(테고프라잔)+PPI'로, 케이캡의 현재 상한금액은 50mg 1정 당 1300원이다.
사실상 펙수클루의 경우 케이캡보다 약가가 낮게 설정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이렇게 제시된 평가금액을 과연 대웅제약이 받아들일지를 두고서 제약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신약치고는 약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웅제약이 약평위가 책정한 약가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급여 논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목표로 삼았던 6월 출시는 어려워졌지만, 현재로서는 7월 출시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제약사가 약평위가 제사한 조건부 급여 인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제시한 대체약제 대비 가중평균가 90%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라며 "결국 약가 협상은 요식행위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건부로 제시한 약가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급여 등재 시 예상 청구금액 평가만 하면 된다"며 "약가 협상 중 가장 중요한 과정이 생략됐기에 등재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HK이노엔 케이캡이 주도했던 P-CAB 시장이 경쟁체제를 앞둔 시점에서 처방현장에서는 펙수클루정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가가 설정된다고 해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진출 시 낮은 약가 책정으로 다소 불리한 여건에 놓일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처방시장에서조차 저렴한 약가를 무기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부회장(서울내과)은 "사실 같은 처방시장에서 약가가 30% 이상 차이나지 않는 한 약가가 해당 품목의 경쟁력이 되기는 힘들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급여 적용으로 자기부담금이 크지 않기 때문에 30% 이내라면 약가로 제약사가 영업‧마케팅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