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희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 회장
"증례집담회 운영 통해 질 향상에 주력…쏠림 현상은 고민할 문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친구와 같이 가라.'
올해 새롭게 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를 이끌게 된 양국희 회장(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외과)이 밝힌 방향성이다.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한 말인데 해마다 신경외과학에서 '소아' 분과 지원자가 4~5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양보다는 질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신경외과학은 소아, 기능, 혈관, 척추 분과로 나눠져 있는데 소아 분과 지원자는 매년 4~5명 수준이다. 양 회장에 따르면 소아신경외과학회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의사는 150명 내외이며 이 중 비교적 활동적으로 소아신경외과 업무를 하고 있는 숫자는 30~50명 수준이다.
양 회장은 "소아신경외과 환자는 대부분 선천성 기형인데 산전 진단이 발달한데다 출산율까지 낮아지면서 환자 자체가 줄었다"라며 "소아신경외과 전문의 숫자가 적긴 하지만 의사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 대형병원으로 쏠림이 심해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양 회장은 "나무가 크면 바람을 막을 수 있지만 그늘도 깊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환자가 많지 않으면 치료 가능한 대형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환자가 적은 것이지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급하게 처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지방에서 태어났는데 문제가 있을 때 전원 보다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기에게 치명적 결과가 생길 수 있다"라며 "적은 숫자의 의사가 전국에 고르게 분포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소아신경외과 환자를 본다는 것은 업무 위험도도 큰데다 수가도 높지 않아 의사들의 관심도가 높은 분야가 아니다. 양 회장은 '뇌종양'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소아신경외과를 선택했다.
그는 "생사의 기로에 있는 성인을 치료했을 때 느끼는 보람과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 후 느끼는 보람은 확실히 다르다"라며 "현실은 어렵지만 소아 환자를 볼 때는 성인과는 다르게 독특한(spectific)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회 행사에 수모세포종 수술을 받았던 소아환자가 음대생이 돼 공연을 하던 뭉클한 장면은 상당히 오래 간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일산병원 국제진료소장을 역임하던 당시 뇌종양이 재발한 6세의 카자흐스탄 소아와 그의 보호자였던 엄마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낯선 이국땅에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온 엄마의 심정이 얼마나 무서웠겠나"라고 반문하며 "처음 병원에 왔을 때만 해도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눈에서 보였다. 수술이 아주 잘 됐다는 결과를 보고 떠날 때 짓던 환한 웃음의 진심이 그대로 전달됐다"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해당 아동과 엄마는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양 회장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다.
이어 "소아 환자를 볼 때는 보호자도 같이 봐야 한다는 부분도 쉽지 않은 것 중 하나"라면서도 "가족의 반응까지 좋을 때면 보람은 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소아'신경외과 영역에서 양 회장은 2년 동안 학회를 이끌면서 있는 사람만이라도 높은 의료의 질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학술적인 토론이 활발한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
그 일환으로 우선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증례집담회를 열고 상임이사진 단체 대화방을 활성화시켰다. 이사진 단체 대화방 활성화 만으로도 의학적 논의 등을 보다 활발하게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양 회장은 "개발도상국, 중진국, 선진국 과정읠 겪어 온 것처럼 사회적 문제인 저출산도 우리의 삶이 흘러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며 "가족이 바로 설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현재에서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