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 등 영상 진단 분야에서 사업 무게추 서서히 이동
수익성 확보 위한 B2C 기대감…후발주자도 마찬가지
진단 보조를 기반으로 고도화를 추진하던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사업의 무게추를 생체 신호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진단 보조 등이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의료 인공지능 기업들이 생체 신호 분야에 주목하며 AI와 접목한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흐름이 명확하게 느껴지고 있는 기업은 역시 국내 의료 인공지능의 효시 중 하나로 꼽히는 뷰노다.
실제로 뷰노는 올해 이예하 설립자를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시키며 생체 신호 사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8월부터 국내 의료 AI 중 최초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혜택을 받아 비급여 시장에 진입한 딥카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딥카스는 혈압과 맥박, 호흡과 체온 등 입원 환자의 활력징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24시간 이내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려주는 AI 기반 생체 신호 분석 시스템.
이미 확증 임상시험에서 평균 15.78시간 전 심정지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는 근거를 쌓은 딥카스는 유예제도를 통해 2024년 7월 31일까지 비급여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급 확산에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뷰노는 퍼스널 심전도 기기인 하티브 프로(Hativ Pro)를 개발해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획득하며 생체 신호 분야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하티브 프로는 뷰노가 내놓은 최초의 하드웨어 의료기기로 심전도를 측정해 데이터를 기록, 저장, 전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뷰노는 부정맥 등 주요 심장질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가정용 AI 기반을 갖춘다는 계획.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식약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심전도 AI인 뷰노메드 딥 ECG를 탑재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뷰노가 진단 보조에서 생체 신호 분야로 급전환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일단 수익성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뷰노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매출 22억원에 영업손실 1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매출 5억원에 영업손실 58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술 기반 기업의 특성상 R&D 등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장 기업이라는 점에서 당장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아이템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진단 보조는 기존 의료행위로 분류돼 별다른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하티브 프로 등 B2C 모델에서 이를 타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셈이다.
뷰노 이예하 대표는 "하티브 프로는 뷰노의 AI 기술력과 생체 신호 연구 역량이 집약된 제품으로 B2C 진입의 초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심전도 등 생체 신호 기반 AI 개발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뷰노만의 변화는 아니다. 의료 AI 후발 주자들도 상당수가 생체 신호 분야를 주목하며 이에 대한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식약처 허가를 앞둔 에이아이트릭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에이아이트릭스는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환자의 상태 변화를 예측하는 솔루션인 바이탈케어의 확증 임상시험을 마치고 식약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바이탈케어는 뷰노의 딥카스와 마찬가지로 일반병동 및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EMR에서 수집한 생체 신호를 기반으로 심정지 등 급성 이벤트 발생 위험도를 예측해 확실성을 0에서 100의 수치로 의료진에게 알리는 시스템.
바이탈케어는 총 737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확증 임상에서 예측 정확도 곡선(Area Under ROC Curve) 기준 급성 중증 이벤트는 0.96, 패혈증은 0.87, 급성 중증 악화는 0.98을 기록해 상당히 높은 정확도를 보여줬다.
에이아이트릭스 RA팀 이수지 리드는 "동시에 진행한 이번 확증 임상시험 3건의 결과를 통해 다양한 적응증에서 바이탈케어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게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식약처 인허가과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진행중에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에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AI 분야에 있어 이같은 확산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AI의 특성과 국내 의료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할때 이러한 방법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의사 출신 창업자인 A기업 대표는 "수익성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AI 기업들의 공통된 숙제"라며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 보험 수가 체계라는 점에서 이 허들을 넘지 못하는 한 더욱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 하나로는 수익성을 가져갈 수 없는 만큼 결국 하드웨어건 솔루션이건 시스템이건 어디든 붙여서 새로운 가치나 행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러한 면에서 생체 신호나 모니터링 분야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무대며 당장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