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 검사 후 수술 과실 인지…진료비+위자료 1800만원에 합의
의료중재원 "수술상 주의의무 다하지 못했다…환자 손해에 영향"
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
신장종양 및 부신 제거술을 하려다 부신 대신 췌장을 실수로 절제한 병원이 의료분쟁에 휘말렸다.
환자는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 실수로 없던 천식도 생겼다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찾았다. 의료중재원은 췌장 부분 절제와 천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지만 병원 측의 실수가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미납 진료비를 면제하고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70대의 여성 환자 A씨는 왼쪽 신장 종양 및 부신 우연종 소견으로 지난해 여름 B병원에서 비뇨의학과 및 내분비내과 외래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복강경 하 신적출술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내원 한 달 후 입원해 '상 복강경 하 신적출술, 부신적출술'을 했다.
수술 후 병리 검사 결과 수술 당시 부신 절제가 아닌 췌장을 부분 절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료진도 수술 과정에서는 몰랐고, 병리 검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췌장을 절제했으니 원래 잘라내려던 부신 절제를 이뤄지지 않은 셈.
환자 A씨는 수술 17일 후 복부 CT에서 체액저류양 증가 소견이 있어 경피적카테터배액술(PCD, percutaneous catheter drainage) 받았다.
환자 측은 신장종양과 부신 제거가 수술 목적이었지만 의사 오판으로 췌장 일부가 제거돼 당뇨가 악화됐고 부신절제술 미시행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천식도 생겼다고 했다.
병원은 수술 당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손으로 복강경 수술을 했고 췌장 절제는 수술 전 동의서에서 설명된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라고 반박했다. 환자는 수술 후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고 후유증 및 재수술 위험도 없다고 했다.
또 "절제하지 못한 부신종양은 신장암 추적 관찰에 포함되고, 부분 췌장 절제가 당뇨와 소화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B병원 의료진은 실수를 확인한 후 외과 및 내분비내과와 협진하며 합병증 발생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부신이 아닌 췌장을 실수로 절제했다는 명백한 실수가 있었다.
의료중재원은 "B병원 의료진이 수술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환자의 췌장을 부신으로 오인해 절제한 과실이 있다"라며 "PCD 삽관 이유는 췌장 절단면에서 췌장액 누출이 있어서 복강 내 액체 저류 및 지방괴사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당뇨와 관련된 예후에 대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절제되지 않은 부신의 병변에 대해 전이 암종과의 감별을 위해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의료진이 췌장 손상을 인지한 직후에는 추후 치료 방향, 추적검사 및 보존적 치료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진했다"라는 점을 짚었다.
의료중재원은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환자가 내지 않은 진료비 384만원에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환자와 병원 측은 의료중재원 결정에 동의하며 앞으로 해당 진료행위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