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 지위 박탈된 아세틸엘카르니틴…건기식 전환되나

발행날짜: 2022-09-02 05:30:00
  •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해외 사례 참고해 적응증 삭제 판단
    "환자 선택권 존중해야"…위원들, 건기식 활용 방안 제시

최근 임상시험 재평가 결과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 적응증이 삭제된 '아세틸-엘-카르니틴'와 관련해 해당 판단이 나온 근거가 확인됐다.

유효성 검증을 못한 것은 물론 해외에서 의약품이 아닌 식이보충제, 영양보충제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 직구 방식으로 해당 제제가 건기식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원하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는 점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재탄생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자료사진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약품 재평가 관련 안전성·유효성 검토 및 조치 방안의 적정성 자문과 관련해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에서 논의됐다.

지난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세틸-엘-카르니틴' 제제에 대해 처방·조제를 중지하고 대체의약품 사용을 권고하는 의약품 정보 서한을 배포한 바 있다.

업체는 '아세틸-엘-카르니틴' 제제의 효능인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해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이번에 그 결과를 제출했지만 식약처의 종합 평가 결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해당 제제는 2019년에도 '일차적 퇴행성 질환'의 효능 재검토, 재평가 임상시험에서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해당 효능·효과가 삭제됐었다.

지난달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자문 당시 중앙약심은 해외 사례를 다수 참고했다.

먼저 식약처는 이탈리아에서도 국내와 동일하게 해당 적응증이 이미 삭제된 바 있고, 미국에서는 의약품이 아닌 식이보충제로 사용 중이며 '성인 및 4세 이상의 어린이에서 심혈관, 인지기능 및 세포 에너지 지원'으로 사용된다고 제시했다.

이에 중앙약심 A 위원은 "미국에서는 심부전 환자에게 영양보충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의약품은 아니"라고 지원 사격했다. 다른 위원 역시 "식약처의 조치방안에 동의한다"며 "해당 약제는 뇌혈관 질환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대상 유효성을 검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효능·효과 삭제 이후에도 (해당 적응증에) 오랫동안 사용해왔고, 임상 재평가 결과가 도출되는 시점까지 상당 기간 소요됐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식약처는 "제제의 특성,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기간 연장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결과 제출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됐다"며 "임상 재평가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업체가 임의로 지연하는 일이 없도록 기한 연장에 대한 횟수,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재평가 과정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참석 위원들은 해당 제제가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환자 편의를 위해 원하는 경우 복용이 가능하도록 활로를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B 위원은 "동 제제의 임상시험 진행 절차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효성 입증 실패에 따른 보험적용 제외는 당연하지만, 원하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앙약심 위원장도 "전문의약품으로 사용은 불가하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사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C 위원은 "회수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때 환자 진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이 걱정되나, 임상시험 결과 유효성 미입증에는 이견이 없다"고 적응증 삭제에 손을 들어줬다.

D 위원은 "임상시험 결과 해당 적응에 대해 유효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에서도 심부전 환자 등에게 건강기능식품으로 영양제로 추천하고 있다"고 건기식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의약품 처방 중단 이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한 선례가 있냐는 질의에 식약처는 "해당 품목은 전문의약품으로서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에 치료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의약품에 한정해서 행정조치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 위원은 "후속 조치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위원님들의 의견을 고려했으면 한다"며 "약제에 대한 식약처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문약, 일반약, 건기식이 혼용된 다른 품목과 달리 아세일-엘-카르니틴은 국내 제약사의 건기식은 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않지만 다수의 해외 품목이 해외직구 형태로 국내 유통중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미 생산 설비를 구비했다는 점에서 전문약 지위 박탈 이후 건기식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큰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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