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횡령'으로 끝난 건보공단 국감…이사장 거듭 사과

발행날짜: 2022-10-14 05:30:00
  • 복지위 소속 의원 절반이 횡령 사건 언급하며 구체적 대안 주문
    건보 재정 건전성도 화두…일몰제 폐지 결의안 내자 의견도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고 보건의료 정책을 수행하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정감사는 46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건 당사자인 건보공단 강도태 이사장의 사과 인사말로 시작했다.

현 정부의 기조가 '지출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국회 복지위는 13일 건보공단과 심평원 국정감사를 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3일 원주 건보공단 본원에서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횡령참사" 지적…강도태 이사장에 "자신감 가지라" 응원도

국정감사에서는 건보공단에서 최근 잇달아 발생한 46억원 횡령, 여성 체력단련실 도촬 사건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기강 해이를 넘어 시스템이 문제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복지위 위원 23명 중 여야 할 것 없이 절반 이상이(12명)가 언급했다.

46억원 횡령 사건을 복기하면 건보공단 재정관리실 소속 최 모 팀장은 2022년 4월 27일 1000원부터 시작해 7차례에 걸쳐 총 46억2325만원을 횡령했다. 1억원, 3억원에 이어 42억원을 자신의 계좌 4개로 나눠서 빼돌렸다. 최 팀장은 마지막 횡령액인 42억원을 예약 입금으로 걸어놓고 연차휴가를 쓰고 잠적했다. 건보공단은 횡령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최 팀장에게 월급을 지급했다.

건보공단은 압류 진료비 지급 결정 권한을 재조정하고, 최종 승인 결정 권한을 팀장에서 부장으로 상향했다. 실 예금주 등 금융결제원 계좌확인정보 자동 저장 기능을 보완하고 지출원인 행위 부서와 지출행위 부서를 분리해 오는 2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실효성 없는 대안이라고 비판했다.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안산시단원구갑)은 "사후점검 강화, 권한 분산 등을 대책으로 이야기하는데 재발방지에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라며 "계좌번호와 예금주명을 확인한 후 임의로 계좌번호를 아무도 변경할 수 없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5명의 인력이 하루 3000~5000건에 달하는 현금지급 업무를 소화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남인순 의원은 "기강 해이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라며 "이사장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냥 사과한다 말로 끝날 부분이 아니다.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엄벌이 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횡령 참사'라고 진단하며 "사무장병원 등 불법으로 재판을 받거나 이들 의료기관이 무죄가 될 때까지 채권으로 잡힌 요양급여비는 공중에 붕 떠있는 것"이라며 "금액만도 580억원이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으니 주인 없는 돈처럼 건보공단에 쌓여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시스템 자체가 횡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소리다.

건보공단 강도태 이사장이 국정감사 전 횡령 사건에 대해 사과의 말을 담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은 질의를 시작하며 "46억원 횡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힘드시죠?", "요즘 많이 힘드시죠?"라며 강 이사장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강도태 이사장에게 '자신감'을 주문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강 이사장을 오랫동안 봐온 의원들이 왜 자신감이 없어졌냐고 안타까워한다"라며 "단호함과 용기,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 있게 일해야 직원 일탈도 없어진다. 내부 비리나 근무기강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강 이사장은 이때마다 "죄송하다"는 말로 응답했다. 그는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최대한 (횡령금) 환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경영 전반에 대해 혁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 일몰제 폐지 법 개정 시급 한목소리

현 정부의 기조가 각종 지출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데 맞춰져 있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은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대책 없이 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라며 "지출 관리를 하지 않으면 국민 주머니가 깊고 크게 된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분야,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재정건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국정감사 당일 정부지원 확대를 주장하며 피켓을 들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올해 말 일몰제 폐지가 예정돼 있는 만큼 법 개정의 시급함을 강조하면서 법 개정을 위한 건보공단의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실제 국정감사 당일 건보공단 노조는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며 의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원이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말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일몰제 적용이 끝난다. 시급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라며 "일본은 국가가 23% 정도를 지원한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이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라며 "근본적으로 국가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증진기금 비중을 3%로 줄이고 국고지원은 17%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적극적으로 토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현영 의원 역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고보조금 20% 지원을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다"라며 20% 이상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전혜숙 의원은 아예 복지위 차원에서 건보공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일몰제 폐지에 대한 '결의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조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일몰조항을 연장할뿐만 아니라 법률로도 명확하게 하기로 약속했다"라며 "의원들이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재정 국가지원금 20%를 법률로 만들어 국민 개인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결의안을 내자"고 건의했다.

강훈식 의원은 "건강보험 일몰제는 기획재정부 통제 안에서 복지부가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라고 지적하며 "건보공단 직원 전체가 나서서 국가의 역할이라고 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원들의 이 같은 요구에 강도태 이사장은 "국고지원에 대해서는 매년 논란이 돼 왔고 지적이 많았다"라며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올해는 일몰제가 만기가 되는 시점이니 역할이 확대되고 명확하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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