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료기술 평가 제도 개선…항목과 소요 기간 대폭 줄여
혁신의료기기+기술+한시적 급여권 진입 단 한번에 패스 가능
앞으로 의료 인공지능(AI)나 디지털치료기기(Dtx), 웨어러블 등 비침습적 의료기기의 경우 빠르면 80일안에 혁신의료기기와 기술을 동시에 획득하는 길이 열린다.
말 그대로 두달여 만에 비급여나 선별급여로 일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동안 긴 심사기간과 기존 기술 분류로 인한 혁신 기업들의 불만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가 혁신의료기기와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오는 31일부터 평가에 적용할 계획이다.
신채민 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장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연구원을 아우르는 혁신의료기기, 기술에 대한 제도 개선안이 마련됐다"며 "오는 31일부터 본격적으로 평가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의료 AI나 디지털치료제, 웨어러블 등 혁신의료기기들의 빠른 시장 진입에 맞춰져 있다.
평가 절차와 기간을 간소화해 말 그대로 혁신기술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 또한 혁신의료기기와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통합 심사를 통해 원스텝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도 열었다.
김진호 보건의료연구원 혁신평가팀장은 "이번 제도 개선은 지난 7월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도출된 규제 개선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라며 "신속하게 혁신의료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평가 기간을 단축한 것이 골자"라고 전했다.
지금도 혁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신의료기술평가 전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트랙은 마련돼 있지만 이에 대한 평가 기간과 절차가 복잡해 실제로 활용이 힘들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실제로 현재 혁신의료기술평가는 기업이 신청 서류를 접수하면 혁신의료기술전문위원회와 안전성·유효성 소위원회, 잠재성 소위원회,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회의를 8회까지 진행하고 있다.
또한 평가 항목도 안전성과 유효성, 잠재성 등에서 1단계로 6개 항목, 2단계로 8개 항목을 점검해 최종적으로 접수 후 25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제도 개선은 이를 대폭 간소화해 평가 기간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 총 4개로 진행되던 위원회를 혁신의료기술전문위원회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단 두개로 줄여 평가 회의를 2~3회로 대폭 줄였다.
또한 안전성과 유효성, 잠재성으로 나눠 평가하던 항목을 안전성과 잠재성으로 압축했으며 이에 따라 1단계 6개 항목, 2단계 8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1단계 3개, 2단계 7개로 간소화해 평가 기간을 120일로 줄일 계획이다.
또 하나의 큰 줄기는 바로 혁신의료기기와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통합 심사제도의 신설이다.
현재는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아도 의료기기 인허가와 기존기술여부 검토를 거쳐야만 혁신의료기술평가에 신청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약 390일, 즉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새롭게 신설되는 통합 심사를 신청할 경우 보건의료연구원과 식약처가 동시에 심사와 평가를 진행하는 동시에 심평원이 요양급여여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80일 내에 이 모든 과정을 끝마치게 된다.
또한 만약 이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고 혁신의료기술에 도전하는 기업이라면 60일 이내에도 빠르게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박주연 보건의료연구원 근거창출지원팀장은 "그동안 의료 AI 등 혁신의료기기 기업들의 가장 큰 민원이 바로 체계적 문헌 고찰 등으로 근거를 쌓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안전성과 잠재성만 증명이 되면 리얼월드데이터 등을 통해 착실하게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쌓는다는 조건으로 빠르게 시장에 먼저 진출시키겠다는 것이 제도 개선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제도가 시행되면 안전성과 잠재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의 경우 80만에 혁신의료기기와 혁신의료기술로 동시에 등재돼 최대 5년까지 비급여나 선별급여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동안 의료 AI 등이 기존 기술로 분류돼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문제와 1년에 걸쳐 진행되는 평가로 인해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이 뒤쳐진다는 지적이 한번에 해결된 셈이다.
최원정 보건의료연구원 평가사업협력팀장은 "설명회를 통해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이미 상당 부분 안전성과 잠재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은 제도 개선을 매우 반기는 분위기"라며 "다만 같은 AI라고 해도 제품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제품군 별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등 다른 트랙과 비교해 가며 적절하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혁신의료기기 및 혁신의료기술평가 또한 신의료기술평가를 준비하기 위해 조건부로 시장 진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보건의료연구원의 길라잡이 서비스 등을 통해 충분히 가능성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운 뒤에 적합한 트랙을 선택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월숙 보건의료연구원 평가사업단장은 "혁신의료기술 제도 개선 방향의 분명한 목적은 정말로 혁신성이 있는 제품에 대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시장 진출의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평가 절차가 단순화되는 만큼 반대 급부로 올곧게 근거를 쌓아나갈 준비가 잘 되어있는지를 면밀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