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중재원, 70대 여성 환자vs대학병원 의료분쟁 조정
8개월 넘는 진료비 미납금 면제 및 5000만원 배상 합의
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
양쪽 다리가 약해져 제대로 서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손으로 짚는 증상으로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70대의 여성 환자 B씨. 의료진은 뇌혈관 CT, 뇌MRI 촬영 결과 오른쪽 중대뇌동맥 영역 관류저하, 급성 뇌경색 의증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신경학적 소견을 반영해 혈전용해제는 사용하지 않고 항혈전제 및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투여하는 등 약물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고 입원 결정을 했다.
문제는 입원병실이 없었다는 것. B씨는 입원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23시간을 대기하다가 다음 달 저녁이 돼서야 신경외과 일반병실로 입실할 수 있었다.
입원 결정을 할 때보다 왼쪽 상체 근력 약화가 진행되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에 의료진은 뇌경색 치료를 위해 투여하던 약물에 추가해 항응고제 헤파린을 투여했다.
B씨의 증상은 좋아지지 않았고 의료진은 뇌혈관조영술을 2시간 30분여 동안 실시했다. 의료진은 막힌 혈관을 확인하고 혈전용해제거 및 스텐트삽입술을 했지만 목 혈관이 꺾여 있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혈류 재개통에 실패했다.
B씨에게는 고혈압이 기저질환으로 있었던 터라 뇌혈관조영술 중에도 혈압이 떨어지는 등 변동이 있었고 오심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시술 실패 후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기면 상태에 빠졌다. 뇌 CT 검사에서도 뇌경색 및 뇌부종 악화 소견이 있어 의료진은 오른쪽 감압성 두개골절제술을 했다. 당시 추정출혈량은 500cc 정도이고 수술 후 의식은 혼미 상태였다. 두개골절제술 다음날 한 뇌 CT에서 뇌부종이 악화도 B씨는 왼쪽 감압성 두개골절제술을 추가로 받았다.
B씨는 처음 응급실을 찾은 후 약 9개월 후 A대학병원에서 발급한 소견서에 따르면 중대뇌동맥경색, 사지마비, 폐색전증, 마비성 장폐색증에 의한 인지장애, 실어증으로 현재 모든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여전히 A대학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B씨 측은 뇌경색 진단 및 치료가 늦어졌다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의 문을 두드렸다. A대학병원은 적절한 치료방법이었다며 맞섰지만 의료중재원은 의료진에 과실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병동으로 입원하기까지 응급실에서 약 23시간을 머무르는 동안 신경학적 증상이 다소 악화됐으며, 뇌혈관조영술 과정에서도 저혈압 및 빈혈상태가 이어져 신경학적 증세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중재원은 "약물치료의 유지 자체는 의료진의 재량권 범위에 속할 수 있지만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됐을 때 추가적인 영상검사 등을 시행해 적극적 시술의 적응증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라며 "약물만 추가하면서 경과 관찰을 해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대처가 늦어진 점은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의료중재원은 또 뇌혈관조영술 시행 과정에서 설명도 미흡했다고 봤다.
의료중재원은 "뇌혈관조영술에 대한 설명 및 동의서를 환자의 자녀에게 받았는데 기록상 당시 환자의 의식 상태가 명료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시술 전 환자에게 시술의 목적, 방법, 위험성, 발생 가능한 합병증, 시술을 하지 않고 내과적 치료를 계속할 경우의 장단점에 대해 환자에게 최대한 상세히 설명해 환자로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게 타당했다"고 설명했다.
의료중재원은 그동안 환자에게 들어간 진료비는 모두 면제하고 추가로 재산적, 정신적 손해에 대해 일정액의 금전을 지급할 것을 중재안으로 내놨다. 환자는 입원실에서 퇴거 및 퇴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양측은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의료중재원이 구체적인 중재안을 제시했다. 환자 B씨에 대해 퇴원일까지 진료비 미납금 채무를 모두 면제하고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환자 측에는 입원실에서 퇴거 및 퇴원을 제시했고 양측은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