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바뀌는 노인의학회…노인의 자립적인 삶 강조
예방 중요해지는 노인정책 "규제 이전에 협의 있어야"
대한노인의학회가 노인의료에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6일 노인의학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령층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65세 이상 환자에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40조4347억원이며 이는 오는 2030년 90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인의학회 김용범 회장은 증가하는 의료비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 치료 위주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예방·돌봄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의료비를 줄이려면 예방 단계로 갈 수밖에 없다. 이를 미리 예측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본 학회의 역할"이라며 "지금까지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향후 정부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주요 정책 외 분야에서의 의료비 지출을 통제할 가능성이 큰 것은 문제로 지적했다. 의사들이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진료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현장 전문과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CT·MRI가 급여화 된 이후 통제되기 시작했고 초음파 역시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은 기안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와 협의해서 가야 한다. 일례로 방문 진료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의사들이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소외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충을 위해 은퇴 의사를 지역 공공의료기관과 매칭하는 사업이 논의 중인 상황도 긍정적으로 조명했다.
현재 관련 대책으로 정치권이 공공의대 설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대신 은퇴 의사로 공공의료기관을 보강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인의학회는 관련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하며 학회 차원에서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노인의학회 이창훈 이사장은 정책 수립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줌으로써, 환자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개원 후 30여 년이 흘렀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는데, 이들이 은퇴 후 변하는 모습을 보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가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며 "학회를 통해 배움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하는 한편, 노인의 심적인 허탈감과 무기력감을 해소해줄 방법을 찾겠다. 이를 위해 정부 계획에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작은 기여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인의학회 이은아 부회장은 다음 집행부의 슬로건으로 ▲건강한 노인 ▲아프지만, 행복한 노인 ▲자립적인 노인을 제시했다.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병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또 불가피하게 질환을 겪더라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노인이 아픔을 참으며 우울하게 100살까지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치료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며 "노인이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학회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노인 정책이 돌봄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결국, 질환을 치료하지 못하고 관리만 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이는 노인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노인이라고 해서 본인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자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대정부·국민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의학회 성상규 부회장은 요양원 진료가 금지돼 있어 노인들이 방치되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부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요양원에 있던 노인들을 요양병원으로 전원한 적이 있다. 사태가 진정되고 이들을 다시 받았는데, 없던 골절과 욕창이 생겨서 왔다"며 "하지만 요양원에선 이런 환자를 진료할 수 없고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비를 줄 수 없으니 왕진이 안 되고 환자가 거동이 불편해 이송도 힘들다. 2주에 한 번 촉탁의가 방문하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이는 인권방치"라며 "방문 진료처럼 요양원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