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환자 내원율 남성 환자 절반 수준…남성 환자 인식도 부족
뒤늦게 내원하는 환자 많아…"악화 전에 정확히 진단·처방해야"
비뇨의학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비뇨기 환자가 다른 진료과 치료를 우선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비뇨의학과 개원가의 신규 환자 확보와 환자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는 우려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비뇨의학과 개원가에서 비뇨기 질환에 대한 본과 진료 필요성을 강조하고 기존 이미지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뇨의학과는 남성 환자를 위한 진료과라는 인식이 여전한데다가, 남성 환자 역시 비뇨기질환 치료에 거리감을 느끼는 탓이다.
이와 관련 한 비뇨의학과 개원의는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여성 환자들이 비뇨의학과에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산부인과, 남성은 비뇨의학과라는 해묵은 고정관념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광염이나 배뇨장애, 혈뇨 등 비뇨기질환은 여성 환자에게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라며 "하지만 여성 환자들은 1차적으로 산부인과나 내과 등에서 정확한 진단 없이 항생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다른 비뇨의학과의원 원장 역시 "최근 한 환자가 내원했는데 다른 진료과에서 몇 년째 전립선비대증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고 해 확인해보니, 용량이 맞지 않았다"며 "비뇨의학과가 어떤 질환을 진료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생긴 문제라고 보는데 이는 환자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 대한비뇨의학회가 발표한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비뇨의학과 진료·치료를 받아본 여성은 18.6%로 남성(37.2%)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 여성 응답자의 72.9%가 비뇨의학과가 남성 관련 진료과라는 이미지가 있어 방문하기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중 70.7%는 비뇨의학과가 남성만 대상으로 하는 진료과라고 답했다.
비뇨기 건강검진 항목인 '요속도 검사'와 전립선암 조기검진 항목인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남성 응답자는 각각 17.2%, 20.1%로 저조했다. 여성 환자는 물론 남성 환자도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비뇨의학과 의사들은 이런 인식으로 인해 비뇨기 환자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상태가 악화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현장에서 반복적이고 잘못된 약물치료로 상태가 악화돼서야 비뇨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것. 이는 정확한 진단·치료계획이 중요한 재발성 방광염, 배뇨장애, 혈뇨 등의 질환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한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남성 환자도 정확한 진단 없이 증상만으로 전립선비대증, 발기부전 약물을 혈압약이나 당뇨약 등에 포함시켜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년째 약물 치료만 하다가 뒤늦게 전립선암이 발견되거나, 전립선비대증의 수술시점을 놓쳐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방광염 치료는 단순히 항생제만 반복 처방해서는 안 되며, 정확한 배양검사와 내성균의 항생제 내성에 따른 정확한 약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재발성 방광염이나 간질성 방광염의 경우 방광내시경을 포함한 정밀 검사와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방광염으로 오인해 무의미한 항생제만 오랜 기간 복용하다가 질환이 진행된 채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대한비뇨의학회와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과 홍보활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비뇨의학과의사회 장훈아 공보이사는 "비뇨의학과하면 떠오르는 남성 성기능, 성병 등에 대한 인식으로 비뇨의학과에 선뜻 내원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아직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다만 최근에는 미디어의 발달과 정보접근성의 용이함으로 이런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뇨의학과는 성별·연령과 상관없이 신장·요관·방광·전립선 등 비뇨기질환을 아우르는 필수의료과"라며 "본 의사회는 비뇨의학회와 함께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및 여성 비뇨기질환 홍보 등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