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위, 6일 일몰제 관련 17개 법안 심사 예정
들쭉날쭉 국고지원율→고정 지원율 전환 가능할까
급물살 탄 건강보험 기금화도 향후 쟁점 가능성 높아
2022년 12월 31일. 건강보험 국고지원이 끝난다. 다시말해 국고지원분만큼 건보재정에 누수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후 건강보험 재정은 어떻게 지속, 발전시킬 것일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와 관련 오는 6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17건을 상정, 국고지원 일몰 이후를 위한 법안 심사를 진행한다.
■ 일몰제 폐지 확정?
복지위는 이달 중 건보 국고지원 일몰 이후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앞서 복지위는 여·야 모두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 관련해 '폐지' 입장을 같이해왔다. 예산을 움켜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건보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이 지난 2020년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 현재 있는 국고지원 한시규정을 폐지했다.
또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해당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의 14%에서 전전연도 건강보험료 실제수입 17%로 지원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는 '예산의 범위에서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 한다고 명시한 것에서 '예산의 범위에서' 문구를 삭제하고 '17%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으로 바꿨다.
즉, 과거 14% 기준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성을 줬던 반면 개정안에선 16% 금액을 반드시 지원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건강증진법 개정안에서도 한시지원 규정을 폐지했다. 이어 지원기준을 해당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 6%에서 전전연도 건강보험료 실제수입 3%로 낮췄다. 개정안을 정리하면 14%+3%, 매년 총 17% 국고지원을 해야한다.
의원에 따라 국고 지원율에 차이가 있지만 일몰제 폐지와 더불어 안정적인 국고지원율을 명시해야한다는 것에는 맥을 같이한다.
복지위는 일몰제 폐지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분위기. 하지만 오는 6일 심사 예정인 복지위 법안소위에 상정한 17개 법안 중에는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인 이종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몰제 5년 연장 법안도 포함돼 있어 변수도 존재한다.
■ 국고지원율 엿장수 마음대로?
만약 복지위 내부적으로 일몰제 폐지 여세를 몰아 영구히 국고지원이 통과하더라도 들쭉날쭉한 국고지원율을 안정적으로 받아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해당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의 14%+지원기준을 해당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 6%, 최대 20%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실제로 지급한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13.2%, 2020년 14.8%, 2021년 13.8%, 2.22년 14.4%로 약 14% 지원에 그쳤다.
이처럼 매년 국가의 재정여건과 건강보험 재정상황을 고려해 지원율에 변동이 있다보니 안정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모두 신중검토 의견을 낸 것은 또 다른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지만 대규모 재정투입을 수반해야 하는 사항임을 감안해 법안 심의과정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건강보험은 수익자가 부담하는 사회보험으로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게 원칙"이라며 선을 그었다.
기재부는 "국고 지원규모는 국가 재정여건과 건강보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고지원 확대는 조세 납부 등 국민부담을 가중하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한다"고 전했다.
■ 건보 기금화 논의 언제 시작?
최근 건강보험 국고지원율 인상 이외 장기적 관점에서 기금화 전환 주장이 거듭 제기됨에 따라 이 또한 변수다. 이는 여·야간 입장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어 오는 6월 복지위 법안소위 안건에선 빠졌지만 향후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윤석열 정부는 장기적관점에서 기금화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기금화는 재정 건전성 및 지출 합리화라는 현 정부의 정부기조에 부합한다.
기금화를 주장하는 배경은 이렇다. 최근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노인의료비가 급증, 2021년 기준 건강보험+의료급여 진료비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큰 규모의 예산에 대한 재정운용을 일개 부처의 결정에 맡겨두는 것은 곤란하다는 여론이 일부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것. 하지만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금화에 대해선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기금화할 경우 건강보험 예산을 국회가 최종 결정하는 구조로 전환, 수년 째 유지해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등 의료제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박사는 "향후 고령화가 진행되면 의료비 지출이 더 커질텐데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시각이 있다. 제도의 지속성을 위해 지출을 통제하고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등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기금화 가능성을 높다고 봤다.
다만, 그는 기금화 이전에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건강보험 지불제도 등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며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한 관계자는 "기금화 관련 법안은 논란은 뜨겁지만 이달 법안소위에 상정조차 안된 상태"라며 "구체적인 논의는 빨라야 내년초가 되지 않을까 한다. 기금화는 단기간 내 추진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