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의약품 유통사업 (도매상, CSO) 진출시 고려할 점
병원에 의약품, 의료기기, 치료재료 기타 소모품 등을 공급하는 비즈니스는 막대한 이권이 보장되는 사업이다. 매달 병원에서 지출하는 비용의 상당부분이 의약품 및 치료재료 등 구입비용이고, 아직도 암암리에 병원과 거래를 시작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뒷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당 법률사무소에서 담당하고 있는 여러 병원 관련 분쟁들에는 의약품 도매상들이 단골처럼 이해당사자로 등장하는데, 그만큼 의약품 유통시장은 유·무형의 이권이 많은 사업이다.
의사의 의약품 도매상 사업 진출
그러다보니 의사들이 대규모의 병원 개설을 준비하는 단계 또는 네트워크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의약품 도매상 설립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유통업에 진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우리 병원의 의약품 공급자가 취득하고 있는 이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의사가 직접 설립한 주식회사 법인 등을 통해 직접 취득하여 MSO의 사업구조를 두텁게 하고, 이윤창출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기존의 도매상과 JV를 설립하는 형태 등을 취하곤 한다).
그런데 도매상의 경우 법령에 따르면 몇 가지 규제사항이 존재한다. 먼저 약사법 제47조 제4항에 따른 규제를 검토해보아야 하는데, 의료기관 개설자는 도매상 개인사업자로서의 허가를 받을 수 없고, 법인 지분의 50%를 초과하여 보유할 경우 자신의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할 수 없다. 그 50%의 지분에는 2촌 이내의 친척도 포함되고,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우회적인 수단으로 법인을 지배하는 것도 강력하게 금지된다.
약사법 제47조 ④ 의약품 도매상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직접 또는 다른 의약품 도매상을 통하여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한약의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1. 의약품 도매상과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이하 “특수관계인”이라 한다)가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약국개설자인 경우 해당 의료기관 또는 약국 가. 의약품 도매상이 개인인 경우 그의 2촌 이내의 친족(「민법」 제767조에 따른 친족을 말한다. 이하 같다) 나. 의약품 도매상이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의 임원 및 그의 2촌 이내의 친족 다. 의약품 도매상이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해당 법인의 총출연금액ㆍ총발행주식ㆍ총출자지분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 출연 또는 소유하는 자 및 해당 법인의 임원 구성이나 사업운영 등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 라. 다목의 특수관계인이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의 임원 및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 마. 다목 및 라목의 특수관계인이 개인인 경우 그의 2촌 이내의 친족 바. 의약품 도매상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 사. 이 호의 특수관계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 아. 의약품 도매상 및 이 호의 특수관계인의 사용인(법인의 경우에는 임원을, 개인의 경우에는 상업사용인 및 고용계약에 의한 피용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2.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약국개설자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특수관계인이 의약품 도매상인 경우 해당 의료기관 또는 약국 가.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약국개설자가 개인인 경우 그의 2촌 이내의 친족 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의 임원 및 그의 2촌 이내의 친족 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 라. 다목의 특수관계인이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의 임원 및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 마. 다목 및 라목의 특수관계인이 개인인 경우 그의 2촌 이내의 친족 바. 법인인 의료기관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 사. 이 호의 특수관계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 아. 의료기관 개설자, 약국개설자 또는 이 호의 특수관계인의 사용인 |
뿐만 아니라, 의약품 도매상은 5억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고(약사법 시행규칙 제38조 제1항), 특수한 규격의 창고를 갖추어 창고에만 의약품을 보관해야 한다(약사법 제45조 제2항 제2호, 제47조 제1항 제3호). 이를 소위 KGSP 기준이라고 하는데, 관련 비용과 절차가 만만치 않아서 의사들이 막연히 신규 사업으로 도매상 진출을 검토하다가, 이 기준을 보고 깜짝 놀라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의 CSO (영업대행사) 사업
그러다보니, 의료인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유통 사업은 주로 공동구매(또는 CSO) 형태를 띠게 되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KGSP 창고 없이 의약품 공급자와 병원 중간에서 중개 수수료만 취득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안과 의료기관이 “렌즈”를 구입하면서 제약사로부터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의사가 설립한 CSO 법인을 거쳐서 구매하는 구조를 예로 들 수 있는데, 그렇게 할 경우 법인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상당히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CSO의 경우 아직까지 약사법 기타 보건의료 관계 법령을 통해 직접적인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몇 년째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의와 함께 개정안만 쏟아지고 있다. 다만, 주로 제약사 측에서 직접 운영하는 CSO가 리베이트의 창구로 활용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들이다.
이처럼 제약사의 영업을 담당하는 하부 조직으로서 CSO가 기능하는 경우라면 소위 리베이트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당국의 규제와 정책 방향이 모두 리베이트를 단속하는 법령 개정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직접 CSO를 설립하여 병원에서 나오는 마진을 법인을 통해 취득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리베이트 문제보다는 세무적인 이슈를 보다 신경써서 진행해야 한다. 의사가 설립한 CSO는 직원이나 사무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오로지 병원과의 “관계성” 만을 바탕으로 대규모 매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비해서 너무 높은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추후 세무조사에서 부인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 기사를 찾아보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CSO에서 과도한 이윤을 취득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가 여러 목적 하에 공동구매, CSO 사업 등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법률적, 세무적 검토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고, 가능하다면 사업의 종류를 보다 다양하게 구성하여 훗날의 조사 및 제재에 대비해야 한다.
맺음말
의사들이 의약품 유통 사업을 준비할 때에는 보통 자신이 운영 중인 병원이나, 자신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병원을 주된 고객으로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계획하고 있는 사업의 규모와 방식에 따라 의약품 유통 사업의 종류도 그에 맞게 신중하게 검토하여 진행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