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초음파 보장성 축소 가닥에 의료현장선 대책 촉구
실질적 과잉진료 대책 촉구…"급여 기준 명확히해야"
정부가 MRI·초음파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개원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번 풀렸던 보장성을 다시 조이는 것은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서 MRI·초음파 국민건강보험적용 기준 강화를 두고 일선 개원가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개원의들이 주목하는 내용은 MRI의 경우 검사 결과에 뇌질환 의심 소견이 있어야하며, 초음파는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건보를 적용한다는 것.
급여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기존에 논의되던 근골격계 MRI·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추진도 중단된다.
1일 적용 횟수 역시 제한할 방침이며, 1년에 365회 이상 외래진료를 본 경우 본인부담금 비중이 90%로 커지는 등의 규제도 담겼다.
이는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MRI·초음파검사 진료비가 급증한 것에 따른 조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MRI·초음파 관련 진료비는 1조8476억 원으로 건보 적용 이전인 2018년 1891억 원 대비 10배로 폭증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관련 규제가 급여 기준에서 벗어난 MRI·초음파를 비급여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지, 아니면 선별급여로 처리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존에 강화됐던 보장성이 다시 축소되는 만큼, 환자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의료계는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보장성 확대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정부·정치권은 진료비 급증을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돌려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도 그렇고 MRI·초음파 진료비 급증을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이 같은 진료비 급증은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면서 생긴 착시현상이다. 더욱이 의료계는 애초에 문케어 정책에 반대 입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장성 강화는 지속이 어려운 정책이기 때문에 늦던 빠르던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다"며 "다만 한번 풀렸던 보장성을 다시 조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를 감당하는 것은 의료계다. 관련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개원의들은 관련 정책이 의료계에 상처만 남겼다는 반응이다. 빈번한 삭감으로 실질적인 이득이 크지 않은데 의료계 이미지만 실추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장성 축소로 인한 부작용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이와 관련 한 내과 개원의는 "초음파 검사는 시간이 오래 걸려 일반적인 의원에서는 하루에 진행할 수 있는 횟수에 제약이 있다"며 "공장형으로 의원을 운영하지 않는 이상 수익이 제한적이다. 더욱이 삭감도 심해 비급여로 진행하던 때가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한 신경과 원장은 "결국 의사들이 알아서 처방을 조절하라는 얘기다. 문제는 보험이 적용되는 줄 알고 온 환자가 비급여나 선별급여로 검사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더욱이 환자들이 그 기준이 의사의 판단이라는 것은 얼마나 납득할지 미지수다. 진료 현장에서 예전에는 없었던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역시 보장성 축소로 인한 현장 갈등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정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관련 전문과를 통해 검사를 진행해야 과잉 진료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신경과의사회 이상범 공보부회장은 "의사의 판단으로 급여로 처방 받지 못한다면 본인부담금이 높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환자와의 갈등 불가피할 것"이라며 "또 두통·어지럼증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하려면 뇌 MRI 검사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선 검사 이전에 어느 정도 질환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관련 수련을 받은 전문과의 영역"이라며 "뇌 MRI 검사의 경우 관련 환자가 신경과로 안내 받기만 해도 불필요한 검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급여 기준을 보다 명확히하고 이를 적극 홍보해 현장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MRI는 규제로 인한 비용 차이가 커 환자 반발이 더욱 클 것으로 우려했다.
이와 관련 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복지부가 정확한 축소 기준을 의료계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줬다 뺏는 모양새기 때문에 환자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현장 혼란으로 이어진다"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급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재정이 부족하니 수가를 삭감하겠다는 식은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