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원 주최 토론회서 급성기병원 인증확대 방안 논의
중소병원 '인증'확대하려면…평가기준 손질·보상 필요
중소병원까지 의료기관 인증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입문인증제' 도입을 추진, 중소병원 인증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과 국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최재형 의원(국민의힘)은 14일 국회 도서관에서 '팬데믹 이후 감염관리에서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역할과 발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중소병원까지 인증평가를 확대하려면 어떤 지원과 기준이 필요한가에 대해 실질적인 방안이 거론됐다.
인증원과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인증평가가 감염관리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데 판단, 현재 인증 대상에서 제외된 중소병원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인증평가를 도입하기 이전에 여전히 직원들에겐 부담스러운 평가제도와 중복되는 평가기준을 개선하는 등 손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이재갑 정책이사(강남성심병원)는 "감염관리 관련 평가체계가 전무하던 때에 인증평가의 감염관리영역 평가는 의료기관의 감염관리를 체계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급성기병원 대상으로 감염관리 실태조사 결과 인증평가를 받은 기관과 큰 차이를 확인했다"면서 중소병원의 인증평가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요양, 정신, 전문병원은 (인증평가를)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급성기병원은 의무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 정책이사는 이어 감염예방관리료를 차등 설계해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과 실태조사만 받은 의료기관에 따라 차등지급해야할 것을 제안했다.
병원계 대표로 토론에 나선 중소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위원장은 일선 중소병원 입장에선 바라본 인증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일단 인증을 받으면 직원이 퇴사하고 돈이 많이든다는 점과 동시에 인증평가 기준 또한 중소병원의 다양성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중소병원의 인증평가를 확대하려면 먼저 유사한 평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평원의 의료질평가 이외에도 대한신장학회에서 실시하는 인공신장실 인증평가,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에서 실시하는 우수내시경실 인증제 등 학회 주도의 인증제까지 중복되는 인증으로 직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인증기준이 의료법보다 강화된 수준이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종별 특성을 고려 중증도와 병원 특성을 고려한 인증기준을 다각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증평가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 위원장은 "중소병원은 자발적인 인증참여 기전이 없다보니 이익보다는 인증 유지에 드는 비용이 더 큰 상황"이라며 "인증수가 신설이나 의료질평가지원금, 감염예방관리료 등 현행 수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학적 중증도, 환자 유형에 따른 수술방, 중환자실, 응급실, 소독실 등 감염관리 수준이 달라야한다"면서 "단독건물인지 복합시설 내 건물인지 등 여부도 각각 평가기준에 반영해줘야 참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참여병원의 인증참여를 위해 컨설팅 창구를 마련, 상담과 함께 재정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조사위원의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인증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조사위원 교육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지영건 법제이사 또한 서 위원장이 지적한 중복된 인증 문제점을 짚고 종별 현실에 맞는 현실적인 기준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 법제이사는 "인증평가 기준 중 의료서비스 제공과정 및 성과 항목은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와 겹치고, 환자만족도 항목은 환자경험평가와 중복"이라며 "의료법 개정을 통해 중복된 부분은 제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소병원에서 감당 가능한 기준만 선별해 인증기준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이 원할 경우 컨설팅 이외 모의평가를 지원해주고, 직원들의 인증준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현지조사를 분할해서 진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의료질향상지원금 명목의 인증 수가는 필수항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증을 획득, 유지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수반된다"면서 "검사, 수술 등 구체적인 의료서비스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증을 획득, 유지한 병원에게 '(가칭)의료질향상지원금'수가 항목을 신설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패널들도 주제발표자들의 주장에 적극 공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은 "평가항목을 최소화했으면 한다. 주변에 인증평가에 의지가 있는 병원도 항목이 많고 100점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지규열 보험이사는 "인증평가를 통해 안전해졌다고 느낀다. 다만 많은 직원들의 희생이 있었다"면서 "의료현장에서 따라가기 힘든 높은 인증기준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또한 "일단 중소병원이 인증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기준을 낮추고 인증을 받은 병원은 재정을 투입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복된 평가는 손질할 것을 제안하며 인증원이 인증평가 이외 컨설팅 역할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과장은 "의료기관 인증제도가 10년째를 맞이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소병원에 맞는 기준과 재정적 보상 및 제도적 지원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입문인증제' 도입을 통해 인증제 문턱을 낮출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질환별, 시설별 별도의 인증기준 개선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라는데 그 또한 입장을 같이한 셈.
그는 이어 의무인증 수가체계를 재정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또 "별도의 보상체계 없이는 어렵다는 점 알고 있다. 이 부분 또한 검토하겠다"며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대책-건보재정 효율화 대책과 어떻게 연동할 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