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중] 새해 특집 좌담회 개최 "진단은 맞지만 해법 잘못 짚어"
MRI와 초음파 통제 강력 비판 "급여화 부추긴 정부, 의사 탓 한숨만 나와"
계묘년 보건의료계 최대 화두인 필수의료 강화 대책을 바라보는 의료현장은 기대보다 실망감이 높았다.
무엇보다 재정 확충 방안이 빠진 정책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의료 압박책 병행에 의한 의료생태계 혼란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메디칼타임즈는 '필수의료와 건강보험 건전화 대책 긴급 진단'을 주제로 2023년도 특집 좌담회를 개최했다.
신년 좌담회에는 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와 외과의사회 민호균 보험이사.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 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우선, 복지부의 필수의료 대책 방안 진단을 패널 모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김지홍 이사장은 "필수의료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 해결의 초점이 잘못됐다. 진단을 맞지만 수술 부위를 잘못 짚었다"고 지적했다.
민호균 보험이사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식의 수가조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정 조달 내용이 빠져있다. 말장난 말고 돈을 써라"고 꼬집었다.
■패널 4명 필수의료 대책 부정적 입장 "교각살우 불과, 재정 투입해야"
김문철 병원장은 "필수의료 대책 방안은 '교각살우'(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의사를 대표한 강민구 회장 역시 "필요한 대책이긴 하나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구체적 방안이 빠져있다"고 혹평했다.
패널들은 필수의료 강화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의료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행방안을 주문했다.
김문철 병원장은 "늦었지만 필수의료 강화 방향성은 맞다. 중증과 응급 질환을 중심으로 수가 지원은 반갑다"고 평가했다.
강민구 회장은 "방향은 찬성하지만 우려가 있다. 상급종합병원 중심 정책으로 일차의료 개선이 선행되도록 정책 방향을 개편해야 한다"며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따른 지역 격차와 병상 총량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급병원 경증환자 접근성 제한해야 "중소병원 지원 집중 시급"
민호균 보험이사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질환을 담당하려면 경증환자 이용을 자제시키고 접근성을 제한해야 한다. 중소 의료기관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도 대학병원에 있다, 일차의료와 중소병원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호 이사장은 "질병 발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필수의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필수의료는 불평등에서 시작한다"면서 "필수 진료는 거의 급여이고 시간대비 수가는 없다. 대학병원에서 필수의료는 투자 대상의 하위로 의료인력을 늘리지도 못 한다"고 진단했다.
공공정책수가의 문제점도 조명됐다.
강 회장은 "공공정책수가 신설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모든 의료정책이 공공정책수가로 귀결되면 안 된다. 시설과 인력 확충을 위한 조세 기반 직접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24시간 대기하는 외과계 의료인력 입장에서 발생하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공공정책수가 의료행위 발생해야 지급…"대기 상태 의료인력 보상 필요"
민호균 보험이사는 "공공정책수가 도입은 좋다. 문제는 의료행위가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수가는 점이다. 시술했을 때 얼마 주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상황을 대기하는 의료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개진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공공정책수가 재정이 외부에서 들어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건강보험 재정을 쓰면서 공공이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된다. 국가에서 별도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필수의료 재정의 핫 이슈인 MRI와 초음파 보장성 재점검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김 병원장은 "보장성 강화를 이제 와서 의사의 도덕적 해이를 운운하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며 "신경외과 전문병원 입장에서 MRI 보장성 강화로 돈을 버는 잔인한 구조다. MRI 환자 80% 이상이 정상인데 검사를 원하면 해야 한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보장성 축소, 정부와 실손사 모종의 합의 의심 "정부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그는 "MRI 급여화 논의에서 의료계는 1조원 이상이 나온다고 예상했는데 정부는 아니라고 했다. 지금 와서 1조 8000억원이 소요됐다고 이제 와서 통제하겠다고 한다. 급여화 축소 이후 보장성 강화에 길들여진 환자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보장성을 후퇴하는 발상 자체가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정부가 잘못한 것을 고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호균 보험이사는 "보장성 강화로 환자가 지불하는 금액이 줄어든것 같지만 실제 실손보험에서 부담해왔던 비급여 항목에 관한 부분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게 되면서 보험재정은 부실화 되고 결국 실손보험사 재정만 안정화 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보장성 정책과 실손보험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 입장에서 대부분 급여화로 달라질 것은 없다. 결국 정부가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자꾸 다른 것을 해결하려 한다. 무조건 다 엮으려 하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포괄수가 확대 등 지불제 개편 "수가 통제 전례 감안, 정책 신뢰 의문"
강민구 회장은 "2018년 급여기준 완화로 과도한 MRI와 초음파를 다시 점검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한다. 보장성 강화 취지는 사회적, 경제적 구분 없이 적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인데 정부가 너무 돈을 안 쓰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의료계와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괄수가제 확대 등 지불제 개편도 우려감이 높았다.
민호균 보험이사는 "결국 총액계약제로 해석된다. 포괄수가제를 확대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지속 유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젊은 의사들 입장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진다. 포괄수가제 확대 등 지불제도 개편이 겉보기에 좋지만 필수의료 의료인력 유입이 안 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김문철 병원장은 "많은 병원이 정책가산을 포함한 신포괄수가를 통해 경영 성과를 보고 있다. 지출 비용이 증가하면 수가를 통제하는 전례를 감안해 정부 정책의 신뢰가 없다. 과도한 의료이용을 막겠다는 지불제도 개편이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관계를 유지하며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