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서 논의체 구성 조짐…"대법원 판결, 일원화 시사"
한특위도 필요성 공감…"논의 시작 전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로 의과계에서 의료 일원화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과계 내부에서 의료 일원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시대적 흐름에 따른 의과·한의과 통합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의료 일원화는 이전부터 거론됐던 의료계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앞서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가 참여한 의한정협의체에서 2018년 의료 일원화를 논의한 바 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는데 협의체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39~40대 집행부 당시 의협은 한의협과 의료 일원화를 논의한 바 있는데 이로 인해 특별감사가 이뤄지고 탄핵까지 거론되는 등 예민한 주제로 다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엔 의학한림원에서 의료 일원화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의과계 내부에서 의료 일원화가 재조명 받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 의사 대표자 회의'에서 의·한 일원화를 추진하자는 의견에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대의원회 이윤수 의장은 대법원이 제시한 시대적인 흐름에 따른 새로운 판단 기준이 의료 일원화를 내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의장은 "시대적 상황이 그렇게 가고 있다. 의과계가 선제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물론 의료 일원화가 단기적으로 이뤄질 사안은 아니지만, 이제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왔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대법원 판결문도 이 같은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료 일원화가 의대 정원 확대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고도 짚었다. 한의대를 폐교하면서 한의대생에게 의과대학으로의 편입 기회를 주고, 한의과를 고수하는 학생들에겐 그에 따른 기득권으로 보장하면 된다는 것.
기존 한의사에게도 기득권을 보장해 희소성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의사와의 구분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장은 의협에 이 같은 논의를 시작할 위원회를 구성해줄 것으로 촉구하며, 여의치 않다면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라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시대가 바뀐 것을 느끼면서 과거 얘기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미리 조치해야 한다"며 "갈등만 계속되고 있는데 의과계와 한의계 어느 쪽도 얻은 것이 없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역시 관련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보면서도 이에 앞서 확실한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의과계 내부에서 의료 일원화에 대한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의과 교육체계를 의과에 편입시키는 것의 에비던스 베이스를 마련하고, 기존 면허자들 간의 영역 침범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반대 측 우려를 종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특위 김교웅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로 기존 여론에 변화가 관측되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조만간 대의원회에 관련 논의를 시작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이에 앞서 KMA POLICY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의과·한의과 간 영역 침범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돼야 의료 일원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 자체에 대해서도 의견도 분분해 논의 출발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대의원회에서 의견이 일치해야 집행부가 착수할 수 있는 만큼, 오는 29일 개최되는 KMA POLICY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