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성장세 속 대법원 특허 분쟁 결과로 암초 만나
만성 심부전‧신부전 시장 확대 총력전…급여진입 관건
대법원이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특허 분쟁에서 제네릭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본격적인 시장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포시가 제네릭 약물만 94개 품목에 달하는데다 직듀오 제네릭 신청도 49개 품목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는 극심한 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
오리지널을 보유한 아스트라제네카가 포시가와 직듀오 두 제품을 합쳐 지난해 연 900억원 이상의 처방 실적을 올렸던 만큼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향후 전략이 중요해진 이유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특별2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국제약품 등 17개사를 상대로 제기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포시가는 2023년 4월 7일 만료되는 제1물질특허(10-0728085)와 2024년 1월 8일 만료되는 제2물질특허(10-1021752)를 보유하고 있던 상황.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제2물질특허가 무효화 되면서 포시가의 제네릭 발매 시점이 9개월 가량 앞당겨졌다.
이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선택 발명 역시 많은 노력과 비용이 투자된 연구개발의 성과임에도 이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의약품의 혁신성에 대한 보호 없이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혁신 의약품을 개발하기 어렵다"며 향후에라도 선택 발명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호하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과 별개로 특허 만료를 기다리던 기업들의 움직임은 바빠지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우판권을 획득한 14개 업체가 포시가의 제네릭 제품을 출시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우판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장 이른 날 품목허가를 취득하는 것과 물질특허와 관련된 특허분쟁에서 승소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모든 조건이 만족됐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내년 1월 우판권의 효력이 끝난다면 90여개 제약사가 동일 성분으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청구액 올리던 포시가 제네릭 등장 성장세 제동 불가피
이 때문에 포시가의 처방액을 끌어올리고 있었던 아스트라제네카 입장에서도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포시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 청구현황 기준 2019년 228억원(100위)으로 상위 100위 의약품에 이름을 올린 이후 매년 청구액을 늘려왔다.
구체적으로 ▲2020년 258억원(87위) ▲2021년 307억원(67위) ▲2022년 상반기 175억원(59위)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청구액 순위를 높였으며 2023년에는 50위권 이내의 순위 진입을 노렸던 상황.
여기에 2022년 상반기 기준 직듀오가 138억원으로 82위의 청구액 순위를 기록하며 동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를 살펴봤을 때도 지난해 포시가의 원외처방 실적은 485억원으로 2021년 426억원 대비 14% 증가했으며, 직듀오 역시 2022년 429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2021년 369억원 대비 16% 늘었다.
그러나 올해 4월 제네릭이 출시되면 동일성분 의약품 발매에 따라 30%의 약가인하가 적용돼 매출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포시가의 매출에는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오가논의 아토젯(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아토젯은 2021년 4월 제네릭 제품의 급여등재 이후 현재 113개의 제네릭 제품이 허가를 받았다. 포시가와 적응증은 다르지만 만성질환에 해당한다는 측면에서 시장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아토젯의 제네릭 처방액은 2021년 급여등재 이후 지속적으로 처방액을 늘리면서 2022년 1분기 기준 오리지널인 아토젯의 처방 실적을 이미 넘긴 상태다.
제네릭의 등장이 '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같은 시기 아토젯의 처방액은 유비스트 기준 2021년 868억원, 2022년 873억원으로 0.6%의 성장률을 보인 상황.
2021년과 2022년에 처방 수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지만 제네릭 등장에 따른 약가인하와 사용량약가연동제가 맞물려 10/10mg 기준 1037원(2020년 10월)의 약가가 983원(2022년 9월)까지 내려가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셈이다.
이와 함께 100개가 넘는 제네릭 품목과의 경쟁 그리고 계단식 제네릭 약가 인하에 따라 최저 541원의 약가의 제품 등장 등 아토젯이 겪은 상황이 향후 포시가가 마주할 제네릭과의 경쟁에서 예상되는 시나리오 다.
서울 A내과 원장은 "4월부터 포시가 제네릭이 나오고 약가가 내려간다면 처방에도 당연히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내과 계열 제네릭은 특허가 풀리면 한 번에 수십 개 회사에서 나오는데 경쟁이 큰 만큼 처방 변수로 작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
포시가 만성 심부전‧만성 신장병 활로…급여 통과 시 시장 확장 기대
다만, 포시가가 제네릭과의 경쟁과 별개로 시장 확장성을 가져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포시가는 제2형당뇨병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이외에도 만성 심부전과 만성 신장병에 대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
특히 SGLT2 억제제 계열로는 처음으로 만성콩팥병(이하 CKD)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시장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은평성모병원 최범순 교수(신장학회 총무이사)는 "포시가는 이미 표준 치료를 받고 있는 CKD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생존 기간 연장을 확인했다"며 "향후 만성콩팥병의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약제로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경쟁 약물이 자디앙이 적응증을 먼저 확장한 심박츨률 무관한 심부전 적응증에 대해서도 최근 유럽에서 적응증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올해 적응증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태다.
현재 포시가는 국내에서 아직 좌심실 수축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NYHA class II-IV) 환자를 대상으로만 적응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현재 적응증을 가진 만성 심부전과 만성 신장병에 대해 급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향후 허가여부에 따라 기존보다 더 큰 시장 확장성을 예측하는 의견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포시가는 유일하게 당뇨병 신부전 콩팥병 3개 분야에서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SGLT2 억제제"라며 "현재까지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과 리얼월드데이터를 통해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당뇨환자교육, 만성콩팥병 조기진단, 심부전 인지도 확대 등 SGLT2 억제제의 리더로서 역할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탄탄한 포시가의 입지를 기반으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