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이어지자 의료기기 스타트업 비상 체제
인건비, 복지 혜택부터 싹둑…직원들 분위기 뒤숭숭
지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 혹한기가 본격화되면서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당장 돈줄이 막히자 인건비와 복지 혜택 등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경영진은 물론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져가는 분위기다.
1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잇따른 투자 중단과 축소로 비상경영체제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A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에서 자리를 옮긴 지 이제 딱 2년이 되어 가는데 정말 1년은 고사하고 한달마다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느낌"이라며 "2년 전과 작년, 올해 상황이 정말 많이 다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2년전만 해도 전체적으로 작은 구글같은 느낌이 났는데 지금은 정말 소기업 느낌"이라며 "날마다 돈 얘기만 하니 지쳐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기업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실제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투자 한파로 사실상 스타트업들의 혹한기가 본격화되면서 업계 자체가 우울감에 빠져드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속적인 투자 라운드를 예상하고 세워놨던 모든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 당장 비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B기업 대표는 "일단 올해만 버텨보자는 의지로 런웨이(현금 생존 기간)를 수정했는데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내년도 기약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이미 천억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자랑하던 주변 기업들 중에도 몇달을 못버틴다는 얘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이제 누가 앞서나가느냐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는가에 대한 문제가 됐다는 의미"라며 "한방에 털어놓고 장렬하게 전사하느냐 차근차근 말라가며 일단 살고 보느냐의 문제"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각 기업들이 회사 비품은 물론 제공되던 간식과 야식 등의 혜택까지 잇따라 축소하면서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해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리스 비용 등을 모두 줄여도 런웨이가 보장되지 않으니 정말 마른 수건까지 짜고 있는 셈이다.
A기업 관계자는 "부서장 활동비가 없어진데 이어 직원들 식대가 1만 5천원 한도에서 1만원으로 줄었다"며 "강남 바닥에서 1만원으로 뭘 먹느냐는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특히 올해 들어 휴게실에 가득 쌓여있던 음료와 간식이 중단된 상황"이라며 "과자값까지 아끼다니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이냐는 말이 돌면서 회사 전체가 뒤숭숭하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들은 아예 본사 이전은 물론 구조조정안까지 테이블 위에 꺼내놓은 상태다. 당장 큰 돈이 들어가는 부분을 원천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수순이다.
C기업 대표는 "일단 임대료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창업 공동 공간 등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주차와 교통, 회의와 자리배치 등에 불편은 있겠지만 당장 임대료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