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호 전 의협회장의 당부 "의협 노조같이 보여선 안돼"

발행날짜: 2023-02-21 05:30:00
  • 필요이상의 강경행동 경계…의협 전문가단체로 존중 당부
    "총파업도 해선 안돼…진짜 피해자인 소수 직역 목소리 키워야"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이 투쟁을 준비하는 의료계를 바라보며 의사는 존중받는 전문가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쟁에서 의사가 앞장서기보다, 한발 물러서서 간호법 피해가 더 큰 소수 직역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은 의협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의사의 투쟁은 거짓 선동으로 점철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두고 향후 투쟁의 방향성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전하기 위함이다.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 등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로 직회부 됐는데, 의료계는 이를 규탄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의협 역시 임시총회서 비대위 구성을 의결하고 위원장 선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주 전 회장은 의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중받는 전문가 단체로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의사들의 요구를 사회·정치권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선 투쟁과정에서 거짓 선동으로 사람을 모으거나 필요 이상의 강경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의사는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전문가다워야 한다는 것.

주 전 회장은 "의협이 노조 같은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짓으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의사단체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의협은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전문가단체로 있어야 하며 지식인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사들을 과격해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외부적인 압박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 예시로 지금의 간호법 패스트트랙 사태를 지목했다.

그는 "솔직히 간호법이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면 이는 간호계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직역이 반대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라며 "국회의원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표인데 간호사만 찬성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핵심 지지세력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고 이들 산하단체인 공공의료연대·보건의료노조 수장이 간호사 출신인 만큼, 간호법은 이들이 야합한 결과라는 것,

그는 대한간호협회의 행태가 강성노조와 유사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 노조는 대기업 정규직의 입장만 대변할 뿐 진짜 약자인 하청업체 비정규직은 외면한다는 이유에서다. 간협 역시 본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소수 직역을 침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의사와 간호사 간의 갈등 구도가 성립되면 국민은 간호사 편을 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우려했다. 국회의원 역시 이 같은 표심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투쟁은 간호사와 이들로부터 핍박을 받는 소수 직역 간의 대결 구도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수호 전 회장은 이번 투쟁에서 소수 직역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간호법 저지 총궐기대회

실제로 간호법 통과 시 당장 업무영역을 침해받는 것은 소수 직역인 만큼, 의사들은 한발 물러서서 이들이 간호사들과 대등한 투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 전 회장은 "지난 간호법 저지 총궐기대회에서 젊은 간호조무사가 단상에 올라와 한 말이 가장 와닿았다. 간호사들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절규였다"라며 "간호법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협은 뒤로 빠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협이나 치협은 뒤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를 지원해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의사와 의료를 바라보는 정치권·언론·국민의 시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련 예시로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사례를 소개했다. 2005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심장 수술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뉴욕 장로교·컬럼비아대 부속병원에 입원했다.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간 뒤 해당 병원으로 위문품 제의가 쇄도했는데, 빌 클린턴 대통령은 "꼭 하겠다면 미국 심장의학회에 기부해 달라"며 거절했다.

국가지도자들이 의료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도 이를 따라간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인 폭행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도 환자단체 측에서 "오죽했으면 의사를 때렸겠느냐"는 발언이 나오는 실정이다.

주 전 회장은 향후 투쟁에서 총파업만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업은 정부를 대상으로 한 투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대통령으로부터 거부권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계는 20년 전부터 지금의 필수의료 문제를 경고해왔다. 대한민국 의료가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으로 쐐기를 박으려고 한다"며"이를 막아야 하지만 총파업은 안 된다. 민주당을 상대로 싸울 방법을 찾고 의사들이 거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당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은 법률가로 이 같은 법안에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윤 정부가 말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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