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초대석]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나국주 회장
심장혈관흉부외과 생존 위한 정책 지원 방향성 강조
지난해 50년 만에 흉부외과가 심장혈관흉부외과로 전문과목 이름을 바꾸면서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역시 새로운 모멘텀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계속 이어진 낮은 전공의 지원율로 인한 고민은 여전한 상황.
실제로 지난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학회가 대내외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학회 앞에 여러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지난 1월 취임한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나국주 회장(화순전남대병원)의 평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전문과목 명칭의 변경이다.
지난 2021년 11월 대한흉부외과학회는 의학회 이사회의 안건논의 결정에 따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로 명칭이 정식 변경됐지만 전문과목명은 흉부외과로 유지돼 왔기 때문.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되면서 학회명과 전문과목명이 일치하게 됐다.
흉부외과 명칭은 '흉부(가슴)'이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용어로 1972년 이후 외과에서 별도의 전문과목 분리했지만 명칭이 어렵다보니 어떤 질환을 치료하는지 환자들이 정확하게 모른다는 문제가 거듭 있었던 만큼 의미가 크다는 게 학회의 시각.
나 회장은 "영문으로 봐도 흉부심장혈관이라고 돼있다는 점에서 학회나 전문과목 명칭이 변경된 것은 적절한 조치였고 회원들도 만족하고 있다"며 "흉부외과라고 하면 가슴만 본다는 오해가 있었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명칭 개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취임사에서 1년 동안 강조한 활동 중 하나는 올해 국내에서 개최 예정인 2건의 국제학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 세계적으로도 한국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나 회장은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ASCVTS)가 생긴 이래로 국내에서 5번째로 학술대회가 개최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들을 100여명 이상 초청해 강연과 교육에 집중을 할 예정"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수준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다고 생각하며 아시아 지역의 리더로서 역할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공의 악순환 고리 고민…정책 방향 적극적 소통해야"
나 회장의 말처럼 글로벌 차원에서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수준과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최근 매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문제 중 하나는 소위 기피과라고 불리는 전공의 지원 미달에 대한 부분이다.
실제 최근 2년 간 심장혈관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지원 결과(메디칼타임즈 조사 기준)를 살펴보면 22년 전기 28.8%, 23년 전기 51.4%에 그쳤다.
또 흉부외과 1년차 전공의 정원은 과거 90명에서 76명, 60명 그리고 현재 45명 등 절반으로 줄였지만 전문의 배출 인원은 2012년 27명, 2014년 28명, 2016년 21명, 2018년 29명, 2020년 21명, 2022년 20명 수준이었다.
나 회장은 "심장혈관흉부외과가 각 병원에 꼭 필요한 인력이지만 사람은 적고 부담은 가중되다보니 신규 인력이 안 들어오려고 하는 악순환 고리가 생겼다"며 "학회 차원에서는 전공의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병원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련 교육의 개선만으로는 지원율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과거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교육위원장을 2년씩 3번 연임한 나 회장은 학회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치료영역은 특수화된 전문분야지만 모든 전문의가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원을 하거나 중소병원에서 활동할 수 밖에 없다"며 "타 전문영역을 침범하자는 의미는 아니지만 전문과목의 특성을 잘 살리기 위해서 초음파를 활용한 진단 등에 대한 역량강화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또 나 회장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외과계 일부과에서 전공의 모집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시스템 변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너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손쉽게 논의할 순 없지만 앞으로 장래를 생각할 때 학회뿐 만아니라 학교, 정부 등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의 회장의 임기는 1년이라는 점에서 정책을 구상하고 주도하기엔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 회장은 임기기간 동안 이사장을 비롯해 임원진과 함께 현실적인 벽을 깨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나 회장은 "학회에서 학술발표 외에도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의견을 제시하고 듣는 것처럼 기획 정책 능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내부인력을 키워야한다"며 "과가 너무 바쁘다보니 특정 제도가 시행될 때 대응이 늦었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회 내에서 전공이 교육을 하면서 심오한 학문적인 것뿐만 아니라 개원에 필요한 분야들을 발굴해 특화교육을 시키는 게 하나의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며 "이외에도 심장혈관흉부외과가 고생하는 만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수가 등 정책적인 당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