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인터넷 검색창에 '연속혈당측정기'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쇼핑 카테고리가 열린다.
각종 쇼핑몰과 소셜 커머스는 물론 일부에서는 커뮤니티 안에서 공동구매 형식으로도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체에 부착하는 엄연한 의료기기지만 환자가 생수를 사듯 인터넷으로 주문해 알아서 몸에 붙여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배경은 단순하다. 연속혈당측정기(CGM)가 '의료'가 아닌 '요양'의 영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휠체어 등 사실상 복지용품과 같이 분류돼 있는 셈이다.
환자가 알아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하고 기준에 맞을 경우 정부에서 환급을 받는 식이다보니 그 외의 일들, 즉 이에 대한 부착과 관리를 모두 알아서 해야 한다. 의료기기지만 의료기기가 아닌 무언가 허술한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잘못된 사용에 의한 문제들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길게는 2주가 넘는 기간동안 몸에 부착한채 살아야 하지만 사실상 환자 스스로 결정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기기를 들고 의사를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아무럿 댓가없이 30분 이상이 걸리는 교육을 공짜로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프라에 여유가 있는 빅4 병원 등은 자체적인 교육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운영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환자는 몰려들고 이러한 교육은 아무런 보상이 오지 않으니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병원은 1년에 수억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러하니 환자들은 알아서 기기를 구입하고 유튜브나 기타 채널을 통해 혼자 공부하며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하고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의사들도 안타깝지만 도와줄 방법이 딱히 없다. 의료기기지만 '의료'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딜레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병 관리에 '게임체인저'라고 불릴 만큼 획기적 제품으로 인정받는 의료기기 중 하나다. 전 세계 학자들이 이에 대한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관리의 유효성은 숱한 연구를 통해 이미 확립됐다.
하지만 이렇게 혁신적으로 평가받는 의료기기가 '카테고리'의 딜레마에 빠져 길을 잃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관리에 획기적 전기가 열렸다는 평가에도 '의료'의 영역에 들어오지 못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뒤틀린 이 문제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 관리의 핵심으로 떠오른 기기를 더 이상 환자 스스로 구매하고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국내에서도 당뇨병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의 이 딜레마를 더 이상 안고 갈수는 없다. 의사도 불편하고 환자도 불편하다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방법이다. 그 어떤 정부도 의사와 환자가 같은 목소리를 낼때 외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