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최근 언론 기사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의사를 천룡인에 빗대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천룡인은 한 일본만화에서 등장하는 귀족 집단으로 평민과 같은 공기를 마시지 않기 위해 유리 헬멧을 착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권위의식만큼 권력 역시 막강한데 사람을 탈 것으로 부리는 수준이다.
3분 진료에도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박탈되지 않는 의사들을 비꼬는 말이다.
이런 인식은 의사들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 3분 진료는 저수가에서 기인한 현상으로, 박리다매식 진료를 부추긴 것은 정부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의사들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전체 근로자 평균보다 약 300시간 많다.
의사면허 역시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의사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엔 아무런 권한이 없다. 범죄자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의사들도 마찬가지지만, 내부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은 이런 실상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이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에 반대하는 것에도 시선이 곱지 않다. 간호법 반대는 간호사를 핍박하는 것이고, 면허취소법에 반대하는 것은 권위의식이라는 식이다.
국회 역시 해당 법안에 대한 의사들의 투쟁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모습이다. 의사들이 관련 투쟁에서 국민을 설득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죽하면 의협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내부정치의 일환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의사단체들이 그동안 집회·성명서 등으로 국민 설득에 열을 올렸음에도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 방식이 틀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시알디니는 그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을 통해 설득의 6가지 원칙으로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희귀성을 꼽았다.
위 요소들을 쟁점과 분리해서 보지 않으면 쉽게 설득 당한다는 취지지만, 반대로 말하면 의사들이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선 위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과 협력하려는 모습으로 호감을 사면서 의사라는 직업의 전문성과 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주장에 대한 사회적 증거를 모으는 일도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면허취소법을 강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바꾸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간호법·면허취소법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