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화타의 큰형 같은 예방적 접근 필요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3-03-06 05:10:00
  •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필자가 약 10여년 전 어깨의 통증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해 정형외과에서 X-ray 촬영 결과 석회성건염이었다. 그 병원에서는 쇄석술을 권했으나 필자는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5초도 견디지 못하고 시술비만 내고 뛰쳐나왔다.

그 후 어깨관절전문 종합병원을 방문했는데 MRI 촬영 후 바로 다음날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필자는 다시 한 번 대학병원의 의대 동기를 찾아가 상담을 하였는데, 그 친구는 MRI 소견상 관절 주위 근육과 인대 손상이 심해서, 수술 후 통증이 회복될지 장담할 수 없고, 석회성 병변 안에 액화성 병변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사기로 액화성 병변을 흡입해서 병변 크기를 줄어들면 통증이 감소할 수 있다고 그걸 해보자고 했고, 그 날부터 필자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어깨 통증이 재발했다. 10여년 전과 같은 양상이었기 때문에 필자는 의대 동기의 진료 예약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한 정형외과 의사가 석회성건염의 통증 기전에 대해서 설명하는 영상을 보게 됐는데, 석회성건염의 통증은 우리 몸이 석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 과정을 잘 견디면 저절로 통증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참 놀라운 설명이었다. 통증이 어깨의 병이 진행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니. 필자는 이 의사의 설명에 의지해, 통증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조금씩 어깨 관절을 움직이며 통증이 정말 사라지는지 셀프 관찰을 해보기로 했다. 통증의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무척 안정될 수 있었고, 마침내 한 달 뒤 예약됐던 의대 동기의 진료는 볼 필요가 없게 됐다!

필자가 이렇게 본인의 경험을 길게 적은 이유는 우리나라는 예방과 설명보다, 진단과 치료가 과잉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판데믹 중에 우리나라는 PCR 검사만 2억건 이상, 예산으로는 5조원 이상을 소모했다. 그런데 그 결과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 수는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보다 높으니 진단은 잘 했지만 치료는 잘 못했다고 해석해야 될까?

또 코로나 진단에는 5조원 이상, 백신구입에는 3조원 이상을 쓰면서 백신부작용 피해구제 예산에는 3백억도 쓰기 아까워 어떻게든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또 우리나라 40대 이상은 20% 이상 가지고 있는 고혈압과 당뇨의 경우 초기 치료는 생활습관 교정이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의사가 이 단계를 진지하게 환자에게 설명하고 모니터링하고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예방과 설명보다 진단과 치료가 과잉인 예는 너무 많아서 이하 중략하겠다.

최근 우리나라 20대들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 20대 당뇨는 최근 4년 동안 60% 가량 급증했고, 위암도 증가 추세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의사들이 상식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에는 먹방이 넘쳐나고, TV 예능프로그램의 반 이상도 먹방 내용을 담고 있다.

라면은 점점 매워지고, 과자와 음료는 점점 달아지고, 단짠이나 맵단이 아니면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또 중고등학교에는 체육시간이 적고, 그 시간마저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20대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적다.

최근 대한내분비학회는 우리나라의 젊은 연령대 당뇨가 증가하니 당뇨선별검사의 연량을 낮춰 당뇨를 조기 진단하고 비만을 관리하도록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물론 이렇게 화타의 둘째형 같은 접근도 필요하다. 그러나 화타의 큰형처럼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10대, 20대의 건강은 우리나라의 미래이고,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은 진리이니 말이다.

의사집단은 좀 더 적극적으로 청소년 건강에 대해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안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고 체육프로그램에 청소년들이 20대에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프로그램을 넣는다든지, 건강한 식사습관에 대해서 교육 내용에 넣는다든지, 식품에 들어가는 당과 염, 캡사이신을 좀 더 제한한다든지 먹방을 제한한다든지 등 이런 일들 또한 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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