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제1회 토론·발표회 열고 의대 증원 문제 지적
"의사 수는 적지만 부족하지 않아…진짜 문제는 인력 구조"
의대 증원의 대안으로 공공의사면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에서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분리해 아예 별개의 자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18일 바른의료연구소는 제1회 토론 및 주제발표회를 열고 진료보조인력(PA) 합법화, 의대정원 증원 찬반 논란과 이에 대한 올바른 방향 및 대책을 논의했다.
바의연 조병욱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된 문제점을 설명했다. 의사 그는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의사들의 절대 숫자가 비교적 적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의 질적 수준은 OECD 상위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의사 인력 문제가 대두하고 있는데 이는 급격한 병상 숫자 증가와 수요자의 의료이용 행태의 변화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의원급은 2003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병원급 또한 2003년부터 22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인력은 4000명, 종합병원은 7000명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병상 수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료는 개원이 비중이 큰 것이 특징인데, 병상 위주로 인프라가 급증하면서 이를 관리할 병원 의사가 부족해졌다는 것.
의사 인력 문제의 원인은 잘못된 인력 구조에 있는 것이지 의대 정원에 있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해외에선 개원의 비중이 40%에 그치는 반면 우리나라는 70%에 이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 여파로 의료이용률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관련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닌 구조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의대 증원은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는 것.
조 연구위원은 "필수의료 공백의 원인은 일반의 자격만 취득하고 미용·성형으로 개원하는 추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한다"며 "최근 요양병원이 대거 폐업하면서 고령화 인구 대응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여파와 저수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노인 관련 진료과 지원율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과학자 양성 역시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데, 의학전문대학 사례 등으로 정원 확대와 관련이 없는 영역이라는 게 증명됐다"며 "늘어난 의대생을 어디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도 문제인데 기초의학·임상의학 교수가 부족하고 교육을 진행할 병원 확보도 문제다. 의대 증원은 결국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대 증원의 대안으로 공공의사면허를 제안했다. 이는 공무원 성격의 의사면허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처럼 공공의료만 담당하는 의료면허를 만들고, 공공보건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만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관련 교육은 장기 군의관 위탁교육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면 된다고 봤다. 기존 의과대학에서 임시 장교 훈련 과정(ROTC)을 운영하는 것처럼 방학 때 공공의료 예과 과정으로 추가교육을 진행하고 이후 본과에서 위탁교육을 하면 된다는 것.
대상자 선발은 전체 정원을 선발한 후 지역별로 분배하거나, 위탁 대학별로 별도 정원 선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공공의사면허 시험은 기존 의사면허 시험과 별도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보건행정·공공의료 등의 내용을 담아 행정고시 같이 의료공무직 임용자격 시험으로 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같은 의료행위를 하는데도 면허가 다른 것에서 오는 반발과 은퇴 이후 의료행위가 불가하다는 점,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경쟁 가능성 및 국가 보건의료정책 이원화 등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봤다.
조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공공의사면허가 의대 증원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위탁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덕분에 의대 증원시 발생하는 문제인 의학 교육의 질적 하락을 억제할 수 있다"며 "민간의료 인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안정적인 인력 공급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서도 정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공무원 신분으로 각 지역에 파견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전문의는 자격시험으로 면허와는 별개인 만큼, 공공의사 전공의 정원 설정을 통한 필수의료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