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의사회 "소아진료는 병·의원 운영 한계 봉착…어쩔 수 없는 선택"
개선의지 없는 정부에 폐과 번복 여지 일축…"협의할 시기 지났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소아청소년 진료만으로는 병·의원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일반진료로 전환하겠다는 설명이다.
2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회 차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일반진료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내과·피부·미용·통증 등의 교육을 진행하는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해 소청과 전문의들의 병·의원 전환을 지원하겠는 구상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로 유명무실한 정부 대책을 지목했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대책의 일환으로 소아의료체계확충안을 발표했는데 관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비스·시설만 늘리는 식이어서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민·형사 면책 내용이 없고 보상 역시 소청과 진료를 이어나가기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의사회 커뮤니티 등을 통해 90%의 회원이 소청과 폐지에 적극적·간접적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미 수익성 문제로 간판은 바꾸거나 일반진료환자를 늘린 소청과 병·의원이 많다는 설명이다. 회원들의 뜻이 그러한 만큼 의사회 차원에서 이를 적극 돕겠다는 것.
이와 관련 임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면서 소아진료 만으로는 병·의원을 운영하기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일반진료로 전환한 회원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우리는 이전부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몇 년 뒤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해왔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타의에 의해 폐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요양병원에 간다던지 내과·통증클리닉, 피부·미용으로 전환한 회원이 많다. 소아진료를 유지한다고 해도 급여진료는 접고 심리상담이나 발달지연을 하는 식"이라며 "폐과를 선언한 것은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폐과할 수밖에 없다는 데 회원들의 뜻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차라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신분을 버리고 일반과로 돌아가겠다는 것. 회원 요구에 따라 의사회 차원에서 이를 지원한다면 향후 1년 안에 소청과 개원가는 노키즈존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일반진료로 전환한 회원들에게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다고 말한다. 그동안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었고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는 식이다"며 "그동안 진료를 하면서 뺨을 맞은 사람도 있고 아이의 귀를 파주다가 피가 났다는 이유로 소송이 걸린 경우도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청과 의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정말 보람차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우리가 아이들을 볼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아 이런 결정을 한 것"이라며 "노키즈 존에 해당하는 업무하는 철저히 교육하는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면 회원들이 다른 환자를 보는 일에 종사하기까지 1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회원이 이에 동의하고 있고 적어도 절반 정도는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개선될 시 폐과를 재논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협의로 되돌릴 시기가 지났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수십 차례 관련 회의를 진행해왔음에도 정부가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임 회장은 "이미 너무 많이 왔고 지금은 그 단계가 아니다. 그동안 정부와 회의만 100번 넘게 했는데 매번 충분히 '고려하겠다. 반드시 바꾸겠다'는 말뿐이다"라며 "전 정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듯 보였지만 실질적인 회의는 한 번 뿐으로 면피용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도 개선의지가 있다면 아이들 문제만 전담하는 기구를 시급히 만들고 소청과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현장의 말을 듣지 않으니 이런 엉터리 대책이 나오는 것이다. 각 지역 특성에 맞춘 대책을 만들고 이를 현장에서 잘 작동하게 설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