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초대석]대한검안학회 강자헌 신임 회장
"의학만으로는 한계…공학 등 다학제 인프라 구축해야"
"의학과 공학 나아가 IT 인프라까지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는데 진료실과 수술실 어느 곳에서도 국산 의료기기를 찾을 수 없다는 건 상당한 아이러니 아닌가요?"
대한검안학회 강자헌 신임 회장(경희의대)은 임기 동안의 중점 사업을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이 말을 꺼내놓았다.
의학회와 의료기기. 어찌 보면 연결이 가능하지만 언뜻 잘 매칭이 되지 않는 키워드가 아닐까. 하지만 그는 이것이야 말로 학회가 해야 할 중요한 사명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강자헌 회장은 "이미 우리나라 전문의들은 세계적으로 그 수준을 인정받고 있고 학문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또한 삼성과 LG 등 세계 시장을 누비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러한 인적, 물적, 기술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 국산 의료기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결국 누군가는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가 일평생 연구해온 검안 분야에도 주요 기기들은 모두 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연구가 이뤄지는 대학병원의 경우 99%가 다 수입 제품들.
세계적인 의학 수준을 가지고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국가에서 이렇게 대부분의 의료기기를 수입산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강 회장은 "우리 병원을 비롯해 다른 병원들을 봐도 99%가 자이스나 캐논, 라이카와 같은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들이 계속해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자본을 축적하며 사실상의 독점 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술력이 없는 국가라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의학과 공학이 발전한 국가에서 그들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대안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학회가 이러한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기의 특성상 결국 의학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그는 학회를 중심으로 의학과 공학 등 다학제적 접근을 잇는 융복합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강자헌 회장은 "이미 서울대 공과대학이나 KIST 등과 같이 이러한 융복합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토대를 쌓고 있다"며 "학술이사로 서울공대 교수가 참여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검안 분야에서 만큼은 대한검안학회가 다학제 연구의 기틀로서 나아가 산업계와의 네트워크를 가져가는 구심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요와 공급, 기술과 자본을 잇는 매개체로서 토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OCT(Optical Coherence Tomography) 등 검안 분야에서 중요한 장비를 국산화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산학연 공동체로서 학회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강 회장은 "기업은 자문과 협조를 필요로 하고 학계는 자본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이를 접목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나노테크놀로지 등이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의대와 공대, 기업이 다 따로 놀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들을 한데 묶는 플랫폼으로서 학회를 조직해 어느 단체건, 기업이건, 대학이건 함께 하는 인프라를 만들고 싶다"며 "그것이 곧 의료기기 국산화의 기반이며 글로벌 시장으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4차 산업 혁명은 결국 초연결을 의미하는 만큼 이제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와의 적극적 연계를 통해 공동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임기동안 단순히 의사들이 모인 학회가 아니라 공대 교수, 인문대 교수, 기업 등이 모이는 학회로 전환하는 기반을 닦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