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능선 넘은 조사…상당수 의료기기 기업 이미 정리
공개 범위 설정에 관심 집중…국내사들 업무 부담 호소
의사 등 의료인에게 제공한 금품의 세부 내역을 공개하는 지출보고서 실태조사가 5부 능선을 넘었지만 예상과 달리 큰 논란이나 혼란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태조사가 예고된 순간부터 수많은 논란이 일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 하지만 의료기기 기업들은 공개 범위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며 정부의 방향성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기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지출보고서 실태조사가 무리없이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아직 제출 기한이 한달여 남은 만큼 집계나 현황 파악은 이르지만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자료를 제출한 상태"라며 "7월까지 대부분 집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이뤄지는 지출보고서 실태조사는 2018년 의료기기법 개정에 따라 지출보고서 작성이 의무화된 후 첫 시도라는 점에서 시작전 부터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장 2018년부터 의사 등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 세부 자료를 모두 정리해야 하는데다 기업 입장에서는 민감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
하지만 6월 막상 실태조사가 시작되자 당초 우려와 달리 상당수 의료기기 기업들이 이미 심평원에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가 6월과 7월 두달간 이뤄진다는 점에서 7월 말에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도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하는 등 부담 절감을 위해 노력했다"며 "일단 자료 제출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등은 이미 상당 부분 자료 제출을 끝낸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인력 등에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A기업 임원은 "사실 글로벌 본사 차원의 규제(컴플라이언스)가 더 깐깐한 만큼 이 정도 수준의 자료를 내는데 큰 무리는 없다"며 "있는 자료 중 일부를 제출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다른 것을 떠나서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는 토로다.
국내 B기업 임원은 "이게 지출보고 내용에 들어가는 것인지 파악하는것 부터가 너무 애매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나 상세히 보고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것부터가 상당한 업무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실태조사 그 자체보다 이에 대한 공개 방침에 더욱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과연 어디까지 이를 공개할지를 두고 아직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출보고서에 임상시험이나 연구, 특정 교수에 대한 지원 내역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자칫 민감한 내용들이 노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C기업 임원은 "문제는 자료 제출이 아니라 이 내용이 어디까지 공개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워낙 민감한 내용이 많다보니 이게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일단 현황 파악이 목적이라고 했지만 뭘 문제 삼아 현지조사 등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완료될때까지 마음을 놓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