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문성호 기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최근 돈줄이 마르면서 '허리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몇 년간 R&D(연구개발)에 자금을 쏟은 가운데, 기업 매출 등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 데에 따른 것이다.
허리조이기에 나선 대표적인 기업을 꼽는다면 '일동제약'이다.
앞서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은 경영쇄신을 목적으로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L/O) 추진, 품목 구조조정, 임직원 ERP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임직원 ERP는 상당수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최근 일동제약은 금융기관 메리츠증권을 통해 300억원을 단기차입하기로 결정했다. 자기자본(1982억원) 대비 15%에 해당한다. 이번 결정으로 회사 단기차입금은 13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늘어, 관련 이자 부담도 늘게 됐다.
회사는 운영자금 및 기존 차입금 상환 등 목적으로 단기차입을 결정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일동제약 차입에 따라 지주회사 일동홀딩스는 서울 양재동 소재 사옥(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한 국내 최대 매출을 다투는 상위 제약사 계열사 A사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구조조정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을 올려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A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가 판단하는 적정인원이 감축되지 않을 경우 경영상 해고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서둘러 회사 현재 상황보다 강한 어조로 안내문이 발표됐다며 서둘러 구조조정 사실을 진화했다.
이 밖에 또 다른 국내사도 경영상에 부담을 느껴 자사 영업 인력을 감축, 영업대행업체(CSO) 활용을 고민 중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신약개발 R&D를 과감히 투자하면서도 매출 면에서 '적자'에 허덕였던 결과가 최근 경영 상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형국.
이 같은 주요 국내 제약사 구조조정의 목표는 경쟁력 있는 기업회생에 있을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을 열심히 하는 기업마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어 버린다면 어느 기업도 구조조정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조정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만으로 볼 일은 아니다.
다만, 비용절감의 극약처방으로 'ERP'를 적용하면서 유능한 핵심 인재가 유출되고 경쟁력이 약화되는 필연적인 일은 기업이 감수해야 하면서도 막아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상 '해고'라는 험악한 말이 우선되기보다 환부는 정확히 도려내고 새살이 날 수 있도록 기업 회생의 근본적인 청사진부터 제시하는 것이 어떨까.
인건비 절감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이다. 인재가 결국 기업의 미래인 만큼 핵심인재 유출을 막아낼 혜안을 마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