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명 의료경제팀 기자
최근 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사무장병원 적발을 위한 조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권'에 대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던 보건복지부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는가 하면 야당에 이어 여당도 최근 건보공단에 특사경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사경법은 이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서영석‧김종민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특사경법안을 또 발의한 것.
이달 초 부임한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도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사무장병원 및 면대약국 퇴출을 꼽았다. 정 이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구축을 위해 불법 개설기관 적발 등을 통해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강화, 재정 효율화, 재정의 지속가능성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 기조에 건보공단의 숙원사업인 특사경권이 탄력을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만 유일하게 반대하는 모양새가 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종배 의원의 특사경법안에 대해서도 "의료기관을 대등한 계약상대방이 아니라 권력관계에 종속된 상시 감시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담아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무장병원 근절은 의료계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건보공단에 따로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건보공단을 향한 근원적인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의협이 국회에 제출한 의견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의협은 "건보공단의 행정편의주의적, 관료주의적 태도에 따른 강압적인 현지조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법경찰권 지위를 건보공단에 부여하면 권력 남용, 기본권 침해 등으로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은 법에서 말하는 사법경찰권 자체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에만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 남용 등의 현상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지확인 등으로 형성된 건보공단을 향한 의료계의 한결같은 시선은 좀처럼 바뀌고 있지 않다. 이는 건보공단이 분명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숙원 사업인 특사경권 도입을 위한 대국민 여론전도 중요하지만 의료계 설득을 위한 작업을 보다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건보공단은 예비 의료인과 약사의 사무장병원 진입 예방을 위한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현직 의사 및 약사와의 소통도 해야 한다. 의료계도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모른다고 건보공단은 말하고 있다. 단순히 협회나 의사회 대표를 만나는 데에서 그칠 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의료계 학술대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지역의사회와 협력을 통해 별도의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건보공단 내부는 과연 얼마나 특사경권과 사무장병원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실 의료계가 갖는 불신의 씨앗은 지역 본부나 지사의 움직임에서 시작되는 게 대다수다. 특히 문제 제기가 자주 발생하는 본부 및 지사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장병원 및 적발 노하우에 대한 내부 교육부터 진행하는 게 우선이다. 의료계에 만연한 불신을 희석시키기 위한 건보공단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