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보건산업진흥원 공동기획 2편]
연세대의료원 손주혁 교수, 액체생검 기업 '애이마' 창업 과정 소개
2014년 세부과제로 시작해 만든 네트워크로 공동 창업 결실 맺어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의과대학과 병원은 단순 교육과 진료를 넘어 바이오 벤처의 '요람'으로 변신 중이다.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교수들이 의료현장에서 경험한 언멧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연구 과제를 수행, 그 결과를 토대로 바이오 벤처 창업에 뛰어 들었다.
특히 정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의 연구 과제에 참여, 그 결과물로 창업에 도전한 의대 교수들이 연이어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최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주식회사 '애이마(AIMA)'를 창업한 연세대학교의료원 손주혁 교수(종양내과)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손주혁 교수를 만나 바이오 벤처 창업 과정과 그 안에서의 연구중심병원의 역할과 미래 방향을 들어봤다.
연구과제 '씨앗' 삼아 의료기술 상용화 도전
손주혁 교수의 애이마 창업은 2014년 세브란스병원의 연구중심병원 R&D 사업으로 당시 백순명 교수(종양내과)가 이끌던 암(유방암, 대장암), 유전체 분석 세부과제 참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액체생검에 초점이 맞춰진 세부과제 참여가 계기가 돼 혈액검사만으로 암 환자 혈액에 존재하는 종양 DNA를 분석/활용하는 '전장 유전체(WGS) 순환 종양 DNA 분석법(ctDNA)'을 개발해내 주목을 받았다. 이후 1회의 혈액검사만으로 다양한 암을 조기 선별하는 '다중암 조기선별 기술' 특허 출원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조직생검 한계를 뛰어 넘어 혈액만으로 암을 검진, 진단하는 '액체생검' 시장이 각광을 받는 상황 속에서 결국 손주혁 교수는 2021년 교원창업에 도전, 현재 '애이마'를 이끌고 있다.
ctDNA를 활용한 암 예후·예측 시장의 경우 미국의 Grail사가 대표적이다. 손주혁 교수는 2년 내 1만 3000명의 국내 암 환자 데이터를 축적, 미국 Grail사를 뛰어넘는 암 조기진단 기술을 상용화해 건강검진 상에서의 혈액검사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손주혁 교수는 "연구중심병원 세부과제로 시작해 유방암뿐이 아닌 다양한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특허 내기에 이르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부담"이라면서도 "정부의 연구 과제 지원 예산으로는 이를 상업화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교원 창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을 생각하면서 연구중심병원 제도를 계기로 의과대학 교원 창업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연구과제 수행을 계기로 조기진단 기술을 개발한 만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교원창업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손주혁 교수는 연구중심병원 제도가 단순히 과제를 수주,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닌 공동연구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 큰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이는 애이마도 마찬가지다.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김상우 CTO, 김형범 CSO, 글로벌 및 국내 제약사에서 20년 이상 신약/의료기기 임상을 수행해온 양수연 COO 등 모두가 연구중심병원 과제 수행 중 인연이 돼 기업 창업까지 의기투합한 인물들이다. 특히, 김상우, 김형범 교수는 국내에서 Bioinformatics, 유전자가위 연구의 선두주자인 교수들이지만 연구중심병원에서 같은 세부과제 참여를 계기로 인연이 되서 애이마에 합류하게 됐다.
손주혁 교수는 "창업을 도전하면서 느꼈던 것이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연구중심병원 세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같은 세부과제를 수행 중이었던 인물들이었다. 창업을 고심 중이었던 시기에 동일한 목표를 설정한 인물들을 연구중심병원을 계기로 만난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임상적 unmet needs를 제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병원과 의료진이다. 연구중심병원 제도가 의료기술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임상현장 전문가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줬다"며 "더 큰 것은 바로 연구의 끈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결국 과제가 씨앗이 되고 네트워크가 끈이 돼 공동창업자를 만나 결과적으로 애이마를 창업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원창업 기업, 차별화된 인큐베이션 시스템 필요
손주혁 교수는 연구중심병원 제도 운영을 계기로 의과대학 교수들이 잇따라 바이오 벤처에 도전한 가운데 앞으로의 10년은 해당 기업들을 선별, 인큐베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복지부는 2013년부터 운영한 1기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이어 오는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진행할 2기 연구중심병원 사업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손주혁 교수는 "연구중심병원 2기가 1기와 같아서는 안 된다"며 "연구중심병원의 목적이 임상적 unmet needs 이해도가 높은 병원이 해법을 제시, 이를 기술 사업화해 큰 기업으로 발전한 뒤 다시 병원에 도움을 주자는 의미다. 1기 사업을 통해 연구 결과물이 도출돼 많은 교원창업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손주혁 교수는 "연구중심병원을 통해 이뤄진 교원창업은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가 투입된 기업"이라며 "앞으로는 이들이 레벨업을 하기 위해 인큐베이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손주혁 교수는 2기 연구중심병원 사업에서 추진 중인 '개방형 R&D 플랫폼 기반, 기업-병원 공동연구' 추진 속에서도 병원이 중심이 된 시너지 성과 창출이 중요하다고 봤다.
손주혁 교수는 "기업과 병원이 공정하게 주제별로 연구 과제를 선정하되, 연구중심병원을 통해 교원창업을 이뤄낸 스타트업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사실 교원 창업한 기업들과 국내 대형 제약사가 연구 과제를 놓고 경쟁을 벌이면 결과는 예상 가능하다. 상생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중심병원의 목적은 임상현장의 기술을 사업화해 다시 병원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교원창업이야말로 창업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병원에 재투자하는 것이며 연구중심병원 제도 목표에 완벽히 부합한다"며 "기업과 병원이 상생하되 교원창업 기업들도 이들과 경쟁할 방안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