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요클리닉, 237명 대상 투약 적격성 평가
투약 가능군 최대 47.3%…부작용·약제비도 '발목'
효과 논란을 씻어내며 사실상 첫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으로 레카네맙이 등장했지만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간 약제비는 약 33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임상 치매 등급 등 레카네맙의 임상시험 적격성 기준을 적용해본 결과 최악의 경우 실제 투약 가능군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메이요클리닉 리오그나 R 피트록(Rioghna R Pittock) 등 연구진이 진행한 항아밀로이드 신약 치료의 적격성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Neurology에 게재됐다(doi.org/10.1212/WNL.0000000000207770).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속에서는 신경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Aβ) 축적이 일어나는데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 아두카누맙과 같은 항아밀로이드 계열 약제는 이런 응집을 막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7월 미국 FDA는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을 알츠하이머 치료제 신약으로 승인한 바 있다. 2021년 첫번째 승인된 아두카누맙이 효과와 부작용 논란에 시달린 것과 달리 레카네맙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약제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레카네맙 투약 당시 적용했던 임상 적격성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실제 투약 가능한 환자 수가 제한된다는 것.
연구진은 항아밀로이드 신약의 자격 기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 치료 대기자들에게 레카네맙 임상시험 과정에서 사용됐던 적격성 기준을 적용할 때 치료 가능 투약군이 어느 정도되는지 분석했다.
레카네맙의 투여 가능 기준은 ▲50~90세 사이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 또는 뇌척수액(CSF) 검사에서 아밀로이드 축적 확인 ▲인지기능 검사(MMSE) 22~30점 사이 ▲임상 치매 평가 글로벌 점수(CDR) 0.5~1점, CDR 메모리 박스 점수가 0.5 이상 ▲체질량 지수 17~35 ▲Wechsler Memory Scale IV 측정을 통한 기억력 문제 확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또는 메만틴 등 치매 약물 복용 시 12주 동안 안정적인 경우 등이다.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도 치매를 앓고 있으며 PET에 의해 뇌 아밀로이드 축적이 입증된 메이요 클리닉에 등록된 237명(평균 연령 80.9세, 남성 54.9%)에게 투약 가능 기준을 적용한 결과 투약 가능군은 112명(47.3%)으로 줄어들었다.
임상 배제 요건 역시 까다롭다. 지난 1년 이내에 뇌졸중, 일시적 허혈성 발작 또는 발작이 발생한 경우나 환각, 주요 우울증 또는 망상과 같은 정신과 진단이 있는 경우, 노인 우울 척도(GDS) 점수가 8점 이상인 경우, 심박조율기를 장착한 경우, 심장, 호흡기, 위장, 신장, 면역 질환 또는 출혈 장애 등이 있으면 배제된다.
임상시험에 사용된 배제 기준을 적용해본 결과 투약 가능 환자 수는 19명(8%)으로 더욱 줄었다.
기준을 완화해서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모든 참가자를 포함하도록 수정한 결과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참가자의 17.4%가 레카네맙 투약 가능군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항아밀로이드 치매 신약의 적격성 문제를 진단했다"며 "분석 결과 상당 수의 환자들이 치료 투약 가능군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A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카네맙은 완치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약제가 아니기 때문에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춰주는 효과를 가진다"며 "연간 약제비는 3000만원 이상으로 전망되는데 판단하기에 따라 약가가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유전자형에서 뇌부종 발병률이 상승하기도 해 학계에선 부작용을 낮추면서 효과를 최대화하는 투약 가이드라인 마련에 관심이 크다"며 "투약 가능한 임상적 조건뿐 아니라 환자의 경제적 여건과 같은 격차가 허들이 되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