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 전공의 수도권-비수도권 비율 조정 강행 부작용 경고
전공의 정원줄고 수련환경 질 저하될라…정책 실패 가능성 제기
보건복지부가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 5:5 원칙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학계는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미달사태를 경고했다.
15일 정부 및 의학계에 따르면 복지부에 더 이상의 전공의 비율 조정은 어렵다며 완곡하게 5:5기준 조정안에 거절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외 타 전문과목학회들도 5:5 비율 조정은 어렵다는 분위기로 결국 복지부가 직권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의학계는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6:4에서 5:5로 돌연 전환할 경우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 오히려 필수의료 정원 감축 가능성
학계가 전망하는 부작용은 정부의 정책 실패. 즉, 필수의료 전공의 1년차 정원이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 교수들의 전망은 이렇다. 정부가 비수도권에 정원을 늘려도 기피과 전문과목 전공의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어렵고 결국에는 어렵게 만든 정원만 버릴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이번에 전공의 정원을 10% 증원한 내과의 경우 60명의 전공의를 지방으로 배정, 이중 국공립에 30% 더 늘려 배정한다. 내과학회 수련위원회 배장환 부위원장(충북대병원)은 자신 병원을 예로 들며 현재 인턴 28~30명 수준인데 내과 1년차 전공의 정원이 8~1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턴 3명 중 1명은 내과를 선택해야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 부위원장은 "정부가 지역 국공립병원에 전공의 인력을 지원하려는 노력은 감사하지만 지역 수련병원에 전공의 정원을 많이 배정하면 인력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은 틀렸다"면서 정책 실패 가능성을 제기했다.
내과학회 김대중 수련위원장(아주대병원) 또한 "지방 수련병원 상당수가 지금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준비가 안된 상태인데 정원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도 간신히 정원 채우기 힘든데 여기에 1~2명 정원을 늘리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전반적으로 오히려 전공의 정원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며 "필수의료 인력을 늘리려고 한 정책이 오히려 인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김 위원장은 복지부 스스로 원칙을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련환경평가위에서 전공의 정원 책정시 증·감원 1명이상 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면서 "당시 병원운영에 차질을 고려해 이 같은 원칙을 세웠는데 이를 정부가 뒤집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전공의 총 116명 정원에 변화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가능한 빠르게 전공의 정원 계획을 발표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평소처럼 11월초 경 발표하면 늦는다"면서 "각 수련병원이 각자 선발해야 할 전공의 정원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그나마 미달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공의 정원계획 발표를 앞당겨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전공의 수련환경은 어디로
또한 복지부의 전공의 정원 비율 조정 정책은 수련환경 질 개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년 전, 내과학회를 주축으로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전공의 정원에 패널티를 적용하면서 수련환경의 질을 제고해왔다. 하지만 이번 5:5 정책으로 상당수 학회들은 기존에 유지했던 기준을 무시한 채 정원을 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특히 1년에 전공의 25명 수준 양성하는 핵의학과의 경우에는 수련환경평가에서 꼴지를 한 수련병원에도 전공의 정원을 줘야 한다.
배 부위원장은 "이는 전공의 수련환경의 질 차원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 내 필수의료 인력 확충방안으로 전공의 정원 대신 전문의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충북의대 경우 순환기내과 교수 10명 중 4명만 교육부 발령 교수이고, 이외는 임상교수로 정교수 정원이 매우 낮다"면서 "무리해서 전공의 정원을 늘릴 게 아니라 코로나19 등 필수의료 역할을 할 전문의 정원을 늘리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 전공의를 늘린다고 지역의사로 남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지역에 남는 것"이라며 거듭 전문의 즉, 정교수 정원 확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