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상 과실과 손해사이의 인과관계 입증

신일섭 변호사(진솔)
발행날짜: 2024-05-27 05:00:00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 외에 주의의무 위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손해배상 판결에서 판단기준에 관하여 판시하였는바,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 이를 소개한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 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 현대의학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등 때문에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게 발생한 손해(기존에 없던 건강상 결함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통상적으로 회복가능한 질병 등에서 회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환자 측뿐만 아니라 의료진 측에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인과관계의 증명수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다만,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점을 판시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는 70대를 넘긴 환자가 ‘오른쪽 어깨 전층 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 증후군 소견’으로 진단받고, 전신마취 및 국소마치 아래 관절경을 이용한 견봉하 감암술과 이두건 절개술을 하는 과정에서 저혈압이 발생하여 결국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마취과 전문의가 간호사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면서, 마취과 전문의가 간호사 호출에 대응하여 신속히 혈압회복 등을 위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저혈압 등에서 회복하였을 가능성도 상당하게 보이므로, 진료상 과실이 사망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망인의 사망이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본 판결은 민사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진료상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진료상 과실과 그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시한 것으로서, 앞으로 진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점을 판시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진료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의료기관이 유의하여 항변할 사항도 제시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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