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교수팀, 의심 환자군 14년간 분석
국내 최대 규모 골수부전증후군 게놈 지형 규명
다양한 유전분석 기법으로 우리나라 골수부전증후군 환자의 게놈(유전자와 염색체) 지형을 규명하고, 진단의 효율성을 분석한 연구내용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인 골수부전증후군 환자를 분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결과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명신(공동교신저자)·이종미(제1저자),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 정낙균(공동교신저자) 교수팀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성모병원에서 골수부전증후군이 의심돼 진료 받은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유전분석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패널 시퀀싱, 임상엑솜시퀀싱, 마이크로어레이 및 전장유전체 시퀀싱을 포괄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50%의 환자에서 유전학적 선천성 질환 확진이 가능했다. 특히 골수부전증후군 중 하나인 AMED 증후군을 국내 최초로 진단했다. 2010년 10대 자매가 백혈구 감소로 병원을 찾았지만 모든 검사 기법으로도 정확한 질환명을 찾을 수 없어서, 임상 증상에 따라 혈액질환 치료를 받던 중 최근 진단명을 찾게 된 것이다.
또한, 선천성 혈소판 감소증, 골수성 종양, 선천성 면역장애와 같이 골수부전증후군과 유사한 임상양상을 보이지만 병리기전이 다른 질환들을 효과적으로 구별했다.
이어서 임상엑솜시퀀싱으로 검출이 어려운 변이의 경우에는 전장유전체 분석이 필요하다는 결과도 얻었다. 전장유전체시퀀싱을 통한 추가 진단으로 최근 국가 주도로 이루어진 국가바이오빅데이터시범사업의 유용성을 확인한 것이다. 향후 기존의 검사법으로는 진단이 어려웠던 유전질환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골수부전증후군은 골수의 부적절한 조혈로 인한 혈구감소를 보이는 희귀난치성 유전질환군으로 발생 빈도는 신생아 백만명당 65명 정도로 낮다. 하지만 증상이 매우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유병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골수부전증후군 중 일부 질환은 급성 백혈병 또는 특정 고형종양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어 면밀한 추적관찰이나 적정한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골수부전증후군과 연관이 많은 수의 유전자를 조합한 표적화된 패널을 사용한 차세대 시퀀싱 기법의 발달로, 효율적인 진단이 가능해 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골수부전증후군과 같은 세계 희귀질환은 7000여 종인데 임상 증상 특징이 없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의 약 80%는 유전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 쇠약을 유발하는 중증질환이 많다. 국내 등록된 희귀난치질환은 1094종이고, 희귀난치질환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이종미 교수는 "서울성모병원 유전진단검사센터는 6800여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임상엑솜시퀀싱을 활용해 선천성 유전질환을 진단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골수부전증후군 환자를 분석한 이번 연구 결과로 병원의 진단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것으로 입증 됐다"며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유전진단검사센터장 김명신 교수는 "임상 증상으로 유전 질환이 의심이 돼도 진단 검사가 음성으로 나온 환자들을 잊거나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다시 분석한 결과, 14년 만에 환자에게 정확한 질환명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이어서 "골수부전증후군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진단하지 못했던 다양한 새로운 유전질환을 찾았으며, 앞으로도 환자 개인을 위한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진단법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낙균 교수는 "과거에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골수 내 세포 모양과 골수 조직검사 결과로 혈액질환을 진단했지만, 유전자 분석기법 발달로 유전자적 특성을 기준으로 질환을 진단하고 적절한 추적관찰과 맞춤치료를 시기적절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유전자 진단을 통한 조기 진단으로 감별이 어려운 혈액질환이 중증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고 완치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