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유인책' 없다는 정부 vs '법적 대응' 나선 전공의
정부 제안에도 전공의 무응답…"마음 열고 생각해달라"
정부가 전공의 7648명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며 전공의 집단행동이 일단락됐지만, 정부와 전공의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을 향해 더 이상의 유인책은 없다고 못 박으며 하루빨리 복귀할 것을 호소했지만, 전공의들은 정부와 수련병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전공의에 내렸던 각종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까지 허용하며 전공의 복귀를 위한 모든 환경을 마련해줬다.
의대생 역시 집단유급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내년까지 유급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이들이 의대증원 초기부터 주장하던 '원점 재논의'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것.
이미 내년도 대학입시가 시작된 시점에서 지금껏 추진한 모든 정책을 무르고,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행정처분의 '철회'가 아닌 '취소' 역시 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행정처분 취소를 위해서는 지난 5개월간 정부가 내린 진료개시명령 등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역시 정부가 모두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써는 사실상 정부가 더 이상 꺼내 들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향후 9월 수련 특례를 제외한 추가적 유인책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의대증원 정책 초기에는 의료계 반발이 나타났을 때 복지부 내부적으로도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의료계 집단행동이 길어지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복귀를 기대하지만 큰 규모는 아닐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가 비판을 감수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해 뒀으니 전공의들도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9월 아닌 내년에도 복귀하는 전공의 극소수일 것"
하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정부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복귀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전공의 일부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정부와 각 병원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을 사직한 전공의 118명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각 병원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했다.
정부가 독단적으로 의대 증원 2000명을 결정하고,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을 내리는 등 위법한 행정행위를 지속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서울의 빅6병원장들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공모해 전공의 사직을 7월 기준으로 일괄 처리했다"며 "이는 전공의들이 정당하게 수련받을 권리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장들은 민간인 신분이지만 복지부 장관의 공범으로 보기 때문에 공수처에서 수사 권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퇴직급 지급 지연 및 타 기관 취업 방해 등을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전공의들은 계속해서 사직 시기를 처음 사직서를 제출한 2월부터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와 병원장은 당사자인 전공의 의사를 무시하고 6월을 기준으로 사직처리를 완료했다"며 "정부뿐 아니라 병원 또한 상당히 실망스럽고 유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전공의를 병원 운영에 필요한 값싼 소품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부분은 이미 다른 길을 알아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9월이 아니라 내년에도 복귀할 전공의가 없을 것"이라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