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원로교수 "지난 2020년 국시 거부율보다 더 심각할 것"
국시원 관계자 "의정갈등 여파 응시율 저조 가능성" 전망
지난 22일부터 내년도 의사인력 배출을 위한 국가시험 접수가 시작됐으나, 현장에서는 시험에 접수한 의대생이 극소수라고 예측했다.
의사국시를 관장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또한 구체적인 국시 접수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현 의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 결과는 기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의대생 대부분이 국시를 거부할 경우 매년 3000명 이상 배출되던 신규 의사인력의 공급이 끊겨 의료현장 공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지난 22일부터 의사 국시 실기시험 접수를 시작했다. 마감일은 오는 26일이다.
국시원 자격관리본부 관계자는 시험 접수율에 대해 "올해는 의정갈등이 깊은 만큼 응시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우선은 마지막날까지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시원은 접수가 마감일에 국시에 접수한 최종 인원을 발표하지만 중간 집계는 별도로 하지 않고 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오는 9월∼11월 동안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시험과 이듬해 1월 진행되는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실기시험 합격자는 11월 29일 발표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도 국시 대상자인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이미 대다수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상황.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학생들이 대거 의사국시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협의 하에 추가 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시원은 아직까지 추가시험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
국시원 실기시험본부 관계자는 "추가시험 여부는 추후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대생 대다수가 국시를 거부할 경우 지난 2020년과 같은 대혼란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 경고했다.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지난 2020년도 젊은의사 총파업 당시 학생 90% 이상이 국시를 거부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욱 심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5%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올해 또다시 추가시험을 진행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무능한 정부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한 명의 학생이라도 시험에 응시한다고 하면 9월 예정된 시험 또한 취소할 수 없어 내년도 의사국시는 사실상 2회 이상 실시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5개월 동안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학생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수도권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한 학기 동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실상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준비한 학생도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시험 응시 준비가 안 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