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급여확대...전문의들 "의도는 좋은데"

안창욱
발행날짜: 2005-09-01 07:19:54
  • 1일부터 적용...처방존중 기대, 재정·퇴원 기피 우려 제기

1일부터 암환자 진료비 본인부담이 10%로 대폭 내리고, 항암제 급여 제한이 대폭 완화된다.

이에 대해 임상의사들과 병원계는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듯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9월 1일부터 암환자와 개심술․개두술을 하는 심장 및 뇌혈관질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율을 20~50%에서 10%로 대폭 내린다.

또 항암제의 경우 그간 까다로운 급여 제한 규정으로 인해 보험적용상 제한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식약청 허가사항 범위 안에서 처방하면 급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임상의사가 식약청 허가 사항을 초과해 항암제를 사용하더라도 의학적 근거가 있으면 암 전문의들이 주축이 된 ‘암진료심의위원회’의 일정한 절차를 거쳐 급여로 인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고액질환자 보장성강화방안에 대해 임상의사들은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김흥태(암학회 건강보험부위원장) 박사는 “정부가 암환자에 대한 진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급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과거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암진료심의위원회 논의후 항암제 급여 인정범위나 가이드라인 등 후속조치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반영, 의사가 의학적 근거를 갖고 처방한 것을 존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져 의사 입장에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암환자가 많은 대형병원들은 이번 조치로 환자 민원이 줄어들고, 진료비 삭감도 감소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항암제의 경우 급여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해 앞선 신기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고, 급여범위라 하더라도 삭감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정부가 급여기준을 완화하면 환자나 병원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항암제는 고가다 보니 그간 허가범위라 하더라도 삭감되기도 했고, 임상교수들이 허가사항 이외에 처방하면 무조건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환자에게 수백만원을 환불하기도 했는데 급여기준이 개선되면 병원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의 보장성 강화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흥태 박사는 “문제는 재정이다. 보장성강화를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험재정을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문했다.

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실 허대석(내과) 실장은 “의학적으로 뜻은 좋은데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허 실장은 “의료전달체계나 시장논리로 볼 때 환자 본인부담금만 낮추면 암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릴 뿐만 아니라 의료접근성이 좋은 부유층 환자들이 혜택을 누리고 정작 보호를 받아야 할 저소득층환자들이 소외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말해 적정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퇴원시킬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 본인부담을 줄이면 퇴원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심화될 수 있고, 호스피스병동으로 가야할 말기암환자들이 급성기병상에 장기입원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허 실장은 “급여확대도 중요하지만 중환자실 원가를 보존하고, 암 전문의를 육성하려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면서 “의료의 질을 높이지 않고 환자 본인부담만 줄이면 장기적으로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병원계는 정부가 약제나 검사, 시술 관련 급여기준을 완화하면서도 심평원이 자체 심사기준을 들이대 진료비를 삭감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환기하며 향후 심사경향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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