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률 발표 초기 "바꾸자" 반짝, "공개 자체가 웃긴 것"
<긴급진단>항생제 처방률 공개 1개월복지부의 항생제 처방률 산정 결과 다처방 상위 10대 종합전문요양기관에 포함된 지방의 A대학병원은 8일 현재 처방률을 낮추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가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한지 9일로 만 한달이 지났다. 당시 복지부는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소송 결과를 수용, 전국 병의원의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했고, 처방률이 높은 일부 의료기관들은 병원 실명이 공개되면서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 항생제 처방률 공개 한 달, 의료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점검했다. <편집자주>
A대학병원 한 교수는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할 당시 우리 병원이 높게 나오자 병원장이 나서 불필요한 처방을 자제하자고 당부했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고 털어놨다.
A병원은 처방률이 공개된 직후 대학병원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임상과장회의를 거쳐 태스크포스를 구성, 항생제 처방을 낮추기 위해 감시체계를 만들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일단 어느 진료과에서 항생제 처방이 많은지 파악해야 하지만 교수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면서 “정부 발표 내용을 모르는 환자들도 많고, 진료행태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방의 3차병원은 사실상 2차병원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일부 환자들은 항생제를 처방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면서 “원칙적으로 항생제 처방을 줄여야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항생제 처방이 높게 집계된 B대학병원 역시 이렇다 할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B대학병원 교수는 “의학적 관점에서 항생제 처방을 낮추자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처방가이드라인을 만든다거나 하진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복지부 발표에서 항생제 처방이 높게 나온 종합전문요양기관은 대체로 인구 30만명 이하의 도시에 집중돼 있었고, 감기환자가 대학병원까지 올 정도면 항생제를 처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심평원이 이런 여건을 무시한 채 발표한 것 자체가 웃긴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다른 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항생제 처방률이 공개되면서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받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병원 사정상 항생제를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복지부가 계속 발표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