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장애우가 함께한 아름다운 나들이

발행날짜: 2006-04-21 12:21:28
  • 고대구로, 장애인의 날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따스한 봄날, 고대 구로병원 재활의학과에는 의사, 간호사, 치료사, 환자 그 어느 누구도 보이질 않는다. 의사들은 가운을 벗었고, 환자들도 재활기구에서 손을 놓았다.

올해로 26년째를 맞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구로병원 재활의학과 의료진과 30여명의 장애우, 보호자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떠난 것.

오동주 구로병원장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이루어진 이 행사에 참석한 재활의학과 의료진만도 20여명, 이는 참가한 모든 장애우들과 하나되어 그들의 팔과 다리가 되어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바로 내 자신이 치료자의 입장이 아닌 장애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이번 나들이에 함께한 장애아동은 모두 3명, 이들 모두 뇌성마비와 근육병을 앓고 있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생활해야 하지만 표정만큼은 여느 아이들만큼이나 밝고 명랑하다. 이번 나들이를 위해 엄마와 받아쓰기 100점 약속을 지켜낸 예린이(8)는 이른바 얼짱으로 반에서도 인기최고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것이 마냥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13세 동갑내기 준익이와 주원이도 학교와 병원이 아닌 박물관 곳곳을 유물들을 살피며 모처럼만에 세상속에서 기지개를 폈다. "열심히 공부해서 아픈 사람들 다 고쳐 줄 것"이라고 장래희망을 밝힌 주원이와 본인의 불편보다 가족들을 먼저 걱정하는 어린이답지 않은 의젓함을 보인 준익이도 오늘 같은 날이 매일 있었으며 좋겠다며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다.

이들 환우들의 부모들도 오늘은 기분좋은 날이다. "솔직히 아이들과 밖으로 나온다는 게 쉽지 않아 아이들에게 매번 미안했었는데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재활의학과 의료진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재활의학과 의료진도 이러한 감사 인사에 화답한다. 재활의학과 윤준식 교수는 "무엇보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며 "힘든 재활치료 받으면서도 웃는 밝은 아이들이지만 오늘만큼의 환한 미소는 아니였던 것 같다."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더 많은 친구들이 웃으면서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이번 나들이에는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한평생 이어진 부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10년전 제주도여행 이후로 처음으로 데이트를 즐긴다는 박노하(73), 김순기(67)씨 부부를 비롯해 주일마다 함께 교회를 찾는다는 이광진(63), 백순자(57)씨 부부 등 참석한 모든 노부부들은 마치 신혼부부같은 다정한 모습으로 이번 나들이를 즐겼다.

특히, 2개월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91세의 아버님를 모시고 나온 칠순의 아들이 보여준 지극한 효심은 보는 참석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재활의학과 김세주 교수는 "장애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와 함께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의 관심과 사랑"이라며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가족같은 마음으로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나 또한 그들의 한 가족처럼 설레였고 기쁘고 즐거웠던 하루였다"며 "환자분들에게도 이번 나들이가 재활의지를 더욱 북돋게 하는 희망이 되었음 좋겠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주관했던 재활의학과 김재민 교수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행여나 이번 나들이가 오히려 환자분들이 불편하거나 힘들어하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날씨까지 좋지 않아 밤에 잠이 오질 않았었지만 다행히 환자분들과 그 가족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은 편히 잘 수 있을 거 같다"고 전했다.

한편, 구로병원 재활의학과는 원내환자를 비롯해 인근 사회복지관 장애우들이 모두 함께하는 지속적인 장애인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해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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